공감 그리고 공명

방성
방성 · 공학자
2023/07/31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다 보면 유독 공감력이 떨어지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이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우선 말이 많았다. 그리고 주장이 강했다. 그 주장은 시야가 좁은 곳에서 나온 것이란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많은 고민과 학습 끝에 꺼낸 주장이 아니라 마치 책을 딱 한 권 읽은 사람과 같은 주장이었다. 나는 과학기술인으로 이런 부분을 마주하기 더욱 힘들었다. 논문 한 편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의심과 함께 깊은 고민을 끝없이 하고 행여나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오류가 없는지, 실수는 없었던 것인지 최대한 검증하고 결론을 꺼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허술함과 주장을 동시에 드러낸다. 그저 시간적 좌표에서 보면 현상에 불과한 것, 그저 일부에 불과한 것을 전체라고 설명하듯 주장을 꺼낸다. 그리고 그들은 단호했다. 마치 종교적 신념처럼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삶을 조종하는 굵은 줄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들이 신중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생각해 보니 몇몇 과학자도 그런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런 단단한 줄기를 만나게 되면 나는 이내 맥이 빠지곤 한다. 급격하게 피로감이 몰려온다. 물론 논쟁이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건강한 논쟁과 피로한 지적 다툼은 다르다. 그들과 같이 있게 되면 습관처럼 시계를 보게 된다. 어떻게든 이 공간에서 탈출하고 싶어진다. 시계를 보는 제스처도 눈치를 못 챈다. 마치 자기편으로 어떻게든 끌어들이고 상대의 뇌 속을 자기 생각으로 덮어 그가 옳다는 인정을 해야 끝이 날까…

 이런 이들의 특징은 공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체 그 원인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주변에 이런 이들을 발견하면 찬찬히 살펴보기로 했다. 공감력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어떻게 길러지는지 모르지만, 이들의 삶의 궤적과 습관을 살펴보고 분류하다 보면 운 좋게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자연을 관찰하듯, 나는 이들의 특징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주관적 결론이지만 그들의 삶의 방식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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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이다. 그냥 세상의 물질과 이것 저것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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