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피트로 쬐끔 맛본 운동의 유토피아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7/30


사무실 생활을 해도 나이를 먹어도 살이 찔 수밖에 없다고들 하는데, 정말 그 말대로 어떤 선을 넘어 체중의 새 지평으로 들어선 게 아닌가 싶다. 딱 석 달간 사무실 생활을  하는 동안 정확히 한 달에 1킬로씩 찌는 불명예스러운 위업을 달성했고, 그 뒤로는 내내 집에서 살면서 고스란히 현상 유지를 하게 되었다. 이 정도로 땅이 꺼져라 한탄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하 웃으면서 자랑할 일도 아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나가면 바지를 죄다 새로 사야 하니 금전적인 타격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그리하여 그동안 하던 근력 운동에 박차를 가하긴 했으나, 아무래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바벨 좀 들었다 놨다 한들 야경대처럼 강한 전사가 될 수는 없는 법이 아닌가. 그래서 고민하던 차에 여기저기서 닌텐도의 신작 피트니스 게임 ‘링 피트 어드벤처'로 큰 효과를 봤다는 간증을 여기저기서 접하게 됐고, 맞지 않으면 팔지 뭐 하는 생각으로 할부 구매했다. 그 과정에서 형에게 스위치를 빌리고 오래도록 품귀인 매물이 풀릴 때까지 매복하거나 근처 마트를 뒤적이는 등의 험난한 과정이 있긴 했으나…….

아무튼 무사히 구해서 시작해보니, 이 링 피트라는 피트니스 게임은 예전에 내가 알던 닌텐도 Wii 게임들과 현격히 다른 경지의 물건이었다. 예전의 피트니스 게임이 ‘피트니스’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수준이었던 데 비해, 요 물건은 롤플레잉 게임을 하되 그 과정에 피트니스를 때려넣는 데에 치중한 것이었다.

비록 무한히 이어지는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평면적 월드맵에서 스테이지를 골라 이동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에, 각 스테이지는 방향 선택 없이 트랙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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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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