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이데올로기, 먹고사니즘 - <녹천에는 똥이 많다>(7)
2023/03/24
“이해? 그럼 너희들은 왜 날 이해하려고 하지 않냐? 그래, 난 인생이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놈이야. 꿈도 이상도 없이 그저 벌레처럼 살아가는 놈이야. 타락하고 비굴하고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어. 그런데 넌 어째서 그렇게 도덕적이어야 하냐? 왜 너만은 아직 도덕적이고 고상하게 살고 있냐?”
“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당당하냐? 넌 어째서 그 나이가 되도록 정의와 도덕을 위해서 쌓고 있냐? 너는 왜 나처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눈치를 보며 살지 않냐? 너는 무슨 자격으로 저 높은 곳에서 그 모든 것을 초월하여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이러한 준식의 말들은 마음을 찡하게 만들기도 하고 준식을 이해하도록, 준식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준식의 내면을 드러내면서, 작가는 ‘어쩔 수 없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라는 논리를 투명하게 보인다. 물론, 우리 부모님의 세대만 생각하더라도 이런 준식의 모습은 당대 사회에서 가장 평범하게 또 치열하게 살아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시각이 준식의 삶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했다. 과연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논리가 준식의 소시민적인 삶을 모두 인정할 만큼 강력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하지만, 나는 이런 저자의 시각이 준식의 삶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고 생각했다. 과연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논리가 준식의 소시민적인 삶을 모두 인정할 만큼 강력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