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과 살인의 딜레마

최재영
최재영 · 정치의 한복판에서 철학하기
2021/10/08
"군인은 살인을 위해 존재한다."

여러분은 이 말에 얼마나 공감하시나요? 어쩌면 거부감을 느끼는 분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을 바꾸어보죠.

"살인하지 못하는 군인은 군인이 아니다."

이 말은 좀 납득할 수 있나요? 앞서 보여드린 두 문장은 사실 다르지 않습니다. '의자는 앉기 위해 존재한다'와 '앉을 수 없는 의자는 의자가 아니다'라는 말의 관계처럼요.

전쟁은 국가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폭력이고, 군인은 그 폭력의 수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군인이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평화도 결국에는 전쟁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전쟁에 투입된 군인은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군인은 살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직업입니다. 좋은 군인은 전투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살인이 수반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물론 손자병법에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제일이라고 하지만요)

그런데 군인은 군인이기에 앞서 인간입니다. 문명인이라면, 인간은 평생동안 '사람을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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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의회에서 밥벌이하며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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