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박지선 · 페미니스트. 캣맘. 탈가정 청년
2023/12/07
 [글쓰는 선-사랑과 연대, 돌봄이 지나간 자리]

사진: 본인제공. 2023년 10월 13일~10월 26일 간의 기록


10월의 어느 토요일. 다니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서 오전 11시 진료가 있어 10시 20분쯤 집을 나섰다. 병원 진료 이후에도 일정이 있는 나는 집에 가지 않고 광화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집에 없는 시간동안 친구 3명이 와서 내 방과, 내가 쓰는 냉장실/냉동실 칸,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할 의류, 가방, 신발, 장식품 등을 박스에 정리해 주고 버릴 것은 버려주었다. 냉장실과 냉동실칸은 몇 년 묵은 야채부터 곰팡이 핀 각종 음식물, 5개월동안 상온에 둔 배추김치, 포장도 뜯지 않은 동물복지 계란, 유통기한이 쓰여있지 않은 각종 냉동음식들이 가득했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역한 냄새가 나서 도저히 치우지 못했다. 아니, 보다 정확히 짚고 넘어가면 음식물 쓰레기통이 된 냉장고를 열여볼 용기, 정리할 의지가 없었다. 2023년 새해부터 친구들이 청소를 도와주러 오기 전까지 한 번도 방문을 닫지 못했다. 방문을 닫지 못한 이유는 방문이 열린 채 물건이 차고 넘쳐서 문 앞까지 점령해 버린 탓이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10월 초부터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스멀스멀 나기 시작했다. 방에 썪은 음식, 신던 양말, 땀에 절어있는 옷도 없었다. 몇 년 전, 벽에 물이 찬 적이 있는데 그 이후 창틀 수리를 하여 그 이후로는 물이 차지 않았고 벽에 곰팡이도 없었다. 이불도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하는데...

냄새는 점점 더 심해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거실과 욕실, 세탁실, 다른 하우스메이트들의 방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분명 내 방이 문제인데 냄새의 근원이 어디일까. 냄새의 원인을 알게 된 것은 오랜만에 바닥 청소를 위해 토퍼를 들어올렸을 때 알게 되었다. 바닥과 닿는 면의 토퍼쪽에 곰팡이가 핀 것이었다. 충격이다.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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