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흉흉해, 혼자 말고 연대해
2023/08/08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난 3일.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화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이들이 일제히 개찰구 앞에 멈춰 섰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놀라고 긴장한 채 찌푸린 행인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다. 속보 초기에는 “분당 어딘가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고만 나왔는데, 몇 분 뒤 범행 장소가 발표됐다. 평소 자주 가던 서현역 백화점이었다. 거의 매일 왕십리역에서 수원역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는데, 그대로 지하철을 탄다면 지났을 장소다.
역 개찰구 앞에 선 채 ‘서현역’을 검색하고, 1분에 한 번씩 새로 고침 버튼을 눌렀다. 흉기 난동을 부린 사람이 한 명이랬다가, 여러 명이랬다가 거듭 바뀌는 속보에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공범이 도주했다는 뉴스가 돌면서 공포는 커졌다. 온라인 소셜미디어(SNS)에는 불과 한 시간 전 범행 장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이 급속도로 퍼졌다. 그중 범인이 행인을 뒤에서 공격하는 영상을 봤다. 지하철을 탔다가 도주한 공범이 나 또한 공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뒤 뉴스에서 서현역 근처에서 붙잡힌 범인의 단독 범행이었다고 밝혔지만, 그때는 이미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다음날인 금요일 아침 올라온 살인 예고 글만 8개였다. 집을 나서면서 장우산을 호신용으로 챙길지 말지 고민하다 그냥 나왔는데, 지하철에 장우산을 들고 탄 이들이 많았다. 사방을 경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쏟은 탓인지 그날은 종일 기운이 없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한 20대 남성이 검거됐다는 속보가 떴다. 대전에서는 한 교사가 흉기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안부를 묻는 연락이 여기저기에서 왔다. ‘세상이 흉흉하다’는 소리가 집 안은 물론, 집 밖 어디를 가도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