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식의 머선말29③|잼민이: 모순의 아이들
2022/06/30
초딩, 초글링, 그리고 잼민이
‘잼민이’는 주로 온라인상에서 어린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재미있다는 뜻의 ‘잼’과 사람 이름 ‘재민’의 합성어로, 유명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인공 음성 서비스 중 어린 남자아이의 느낌이 나는 음성의 이름이 ‘재민’인데서 유래하였다. 넓은 의미에서는 유아부터 중고등학생까지의 미성년자들을 중립적으로 호칭할 때 쓰이기도 하지만, 좁은 용법으로는 해당 연령대의 아이들을 특정한 맥락에서 부정적인 뉘앙스로 표현하고자 할 때 주로 쓰인다.
아이들은 어떤 면에서 부정적으로 표현되는가? 그는 여러 아이들이 흔히 드러내는 면면들 ―예컨대 소란스러움, 호기심, 낮은 집중력, 통제 불가능성, 예측불가능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성숙함과 그로 인한 돌봄의 필요성― 에 대해서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어떤 경우에는 ‘아이다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용납되고 지나가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지탄의 대상이 되며 나아가 소위 ‘아이다움’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들을 초래한다.
이처럼 엇갈리는 반응들은 단지 그 순간의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몇 개인가의 주요한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양육은 어지간한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강도 장기간의 노동으로 여겨져 일부에선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어떤 상업 시설들은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난감함을 표하며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거부한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아이들의 범죄와 그들의 어린 나이로 인해 주어지는 면죄부는 대중의 공분을 이끌어 낸다. 이 외에도 교육 현장에서의 문제들을 비롯해 이 시대의 ‘잼민이’들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들의 충돌도 거세지고 있다.
헌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만한 것은 ‘잼민이’와 유사한 의미를 가진 은어들이 이전에도 존재해 왔다는 점이다. ‘초딩’, ‘중딩’, ‘고딩’과 같은 표현들이라던가, 아이들의 요란스러운 행동을 모 게임에 등장하는 작은 괴물에 빗댄 ‘초글링’이라던가 말이다. 물론 이 ...
아젠다2.0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과 세상의 문제들을 응시하고 그 관점을 하나의 화두로 던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또한 그와 같은 일을 희망하는 필진, 독자들에게 횃대가 되어줄 수 있는, 담론 생산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