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우대 조치의 종말 ⑤
2022/12/06
물론 6 대 3으로 기울어진 현 대법원에서는 로버츠 대법원장의 캐스팅 보트는 중요하지 않다. 적극적 우대 조치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다들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사안이 두 번째 글에서 소개한 앨런 바키의 소송을 시작으로 대법원에 무려 6번이나 올라갔었고, 그때마다 대부분 5 대 4의 판결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았는데, 그때마다 적극적 우대 조치를 살려낸 대법관은 공화당 대통령이 임명한 중도보수 성향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뉴요커의 기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제 그런 대법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종을 기반으로 한 모든 조치를 종식시키는 것을 인생의 목표처럼 삼아 지난 25년 동안 달려온 에드워드 블룸의 노력은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의 도움을 만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SAT와 하버드, 능력주의
모든 뛰어난 소송 변호사들이 그렇듯 에드워드 블룸은 이 복잡한 문제를 단순화해서 제시한다. 대법원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아시아계와 백인 학생들은 다른 인종 학생들보다 더 높은 SAT 점수를 받아야 같은 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공평한가?"와 같은 질문이 그거다. 그 질문을 받고 단순히 인종이라는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으면 안된다는 상식에 비추어 "그건 공평하지 않다"라고 대답하는 순간, 적극적 우대 조치의 폐지에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흔히 우리나라의 수능에 비견되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 하지만 수능과는 다른 점이 많다) 시험은 표준화된 시험(standardized test)의 대명사다. 20세기 초만 해도 미국에서는 표준화된 시험 없이 각 고등학교에서 알아서 학생들을 평가하고, 그렇게 평가된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추천서를 받아서 대학교에 지원했다. 당시에도 좋은 대학교 졸업생들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었지만 대학 교육이 지금처럼 필수처럼 여겨지지 않던 시절이었고, 아이비리그 대학교는 미국 북동부의 부유한 백인 가정의 자녀들이 명문 사립 보딩스쿨을 졸업한 후에 진학하는 배타적인 클럽과 같은 분위기였다. 이런 대학교에 공부를 열심히 유대계 학생들이 밀려들자 하버드 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학교에서 유대계 학생의 숫자를 제한하기도 했다.
참고로, 20세기 초반만 해도 미국에서 유대계는 완전한 백인으로 취급 받지 못했고, 미국 대학에서는 20세기 중반까지도 한 학교당 유대계 교수의 정원에 한계를 정해두기도 했다. 유대계 미국인들 중에는 인종적으로 쿼터를 두는 방식의 적극적 우대 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에드워드 블룸도 유대계이지만 그가 이런 주장을 했다는 얘기는 찾아보지 못했다.
더 큰 다양성을 위해서 제비뽑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데....또 어떤 분들은 다양성을 세상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으니 독재가 필요하다고도 하죠. 무엇이 바람직한 선택이든 난 모르지만 평화적으로 하면 좋겠네요. 의견 차이가 과격투쟁으로 빠지면 아~우. 제 포지션은 새우니까요. 시험에 빠지게 하시 마옵시고 다만 새우를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