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시선] 독서하고 독후감을 쓰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아홉시
아홉시 · 일상에 영감을 더하는 지식 채널
2022/08/17

[문학 속 한 장면] 메리 셸리 作, <프랑켄슈타인>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

2016년 3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대결이 있었다. 구글 딥마인드사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프로 기사 이세돌 9단의 대결이다. 대결 이후 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알파고 핵심개발자이자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가 어린 시절 <프랑켄슈타인>을 흥미롭게 읽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딥마인드의 방들에다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붙였는데 그 중 하나가 ‘메리 셸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허사비스가 <프랑켄슈타인>에서 얻은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그가 딥마인드를 인수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제안을 거절하고 구글을 택하면서 회사 내부에 ‘인공지능윤리위원회’를 설립해달라고 요청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이 일화는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Frankenstein Complex)’라는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켄슈타인 콤플렉스는 인간이 완벽히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가리키는 한편, 과학자들의 윤리적 책임감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과학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인간이 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결국 과학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신중한 태도, 윤리적인 판단과 선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작품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의 윤리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룬 최초의 작품이다. 하지만 이는 좀 납작한 설명이기도 하다. 메리 셸리의 원작은 훨씬 풍부한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의 줄거리는 이렇다. 전기와 연금술에 꽂힌 한 청년 과학도가 있다. 그의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그는 시체의 부분들을 그러모은 후 전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막상 결과물이 생명을 얻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흉측하기 그지없다. 그는 혐오와 공포에 질려 실험실을 뛰쳐나온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내버려둔 채 무책임하게 도망친 것이다.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교수, 평론가, 시인, 라디오 DJ, 작가, 전문 연구원, 기자, 에세이스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깊이 있는 지식과 통찰을 아홉시에서 만나보세요.
28
팔로워 126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