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 :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관하여

이의연
이의연 · 교육학 공부하는 대학원생
2022/07/07
 몇 년 전 나가사키 여행 중 하시마섬(군함도)을 방문했었다. 일제 말기, 열악한 탄광에서 조선인의 강제징용이 이루어지고 많은 이들이 죽어간 곳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고통의 역사를 감추고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곳이다. 유네스코는 섬의 강제노동 역사를 포함하여 전시할 것을 조건으로 지정했으나 결국 조건은 지키지 않은 채,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한국인이 많이 방문하는지, 선착장에는 한국어가 유창한 직원이 있었다. 그는 우리 일행에게 한국어로 '섬 내에서는 질서를 지켜주시고, 플래카드 등은 반입할 수 없으며 돌발행위는 자제해달라'는 안내를 하고 동의를 구했다. 역사적으로 민감한 장소인지라 소동이 자주 발생하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입도선에서 틀어준 홍보영상에는 섬의 지질학적 형성과정에서 바로 20세기 중반의 일본 근대화를 강조한 내용으로 이어지며, 식민지 조선인의 수탈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섬에 들어서서도 조선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건물은 전시로에서 멀찍이 벗어나 있었다. 재일교포로 보이는 직원은 한국어로 곳곳을 소개해주었다. 넌지시 강제징용의 흔적을 묻자, 본인도 그 내용이 빠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표정에서 부끄러움이 묻어났다.

   안내를 따라 섬의 중앙에 이르렀을 때, 중년의 한국인 무리가 모여들어 태극기와 피켓을 꺼내 들었다. A4 용지로 만든 피켓에는 매직으로 ‘일본은 조선인 강제징용을 사죄하라’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있었다. 한국인 담당 직원이 난감해하며 제지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구호를 외쳤다. 두어 번의 구호를 외치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은 뒤, 태극기와 피켓을 주섬주섬 집어넣었다. 어느 지방의 광역의회에서 나온 이들이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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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생, 직장인, 대학원생, 교육학을 공부합니다.세상이 더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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