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 사랑과 애도의 자리는 멀지만 닮아있다.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3/09/06
Daum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 스틸컷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사소한 행복들을 자잘하게 찾아가다보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어."


어느 해변 마을에 과거를 알 수 없는 청년 야마다 다케시(마츠야마 켄이치 분)가 도착한다. 오징어 통조림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그는 공장 사장의 소개로 50년이나 된 아파트 무코리타 하이츠에도 입주하게 된다. 이곳에서 일상을 되찾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찰나, 오래되고 조용한 줄만 알았던 이 공동주택에 대한 기대감이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이웃집 남자 고조(무로 츠요시 분)가 난데없이 집안으로 쳐들어오면서다. 자신의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첫날부터 욕실을 빌려 쓰겠다는 옆집 남자로 인해 야마다의 계획은 첫 시작부터 조금 어긋나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마다는 시청 사회 복지과의 공무원으로부터 오래전 인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달받게 된다. 그로부터 전해진 편지에는 아버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사망한 지 오래되어 심한 악취로 인한 이웃의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였다. 마지막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세상을 떠났다는 아버지의 소식과 함께 야마다는 자신이 삼키고 있던 불편한 감정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곳, 무코리타 하이츠의 주민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애도하고 기리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 <강변의 무코리타>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영화 <카모메 식당>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죽음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완성해 낸 또 하나의 따뜻한 이야기다. 각자의 사정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방식을 공유하며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각자의 상처를 회복해 나가는 감독의 인장과도 같은 전체의 큰 틀은 이번 작품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상의 요소들을 한데 잘 끌어모아 요란하거나 유난스럽지 않게 잘 쌓아왔던 오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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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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