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박지선 · 페미니스트. 캣맘. 탈가정 청년
2024/01/28
[글쓰는 선-진료실]

사진 제공: 본인. 2024년 1월 28일 목요일. 회사 점심시간에 작성했던 인생그래프

2023년 여름, 기존에 담당했던 K의사 선생님이 미국으로 정신분석을 공부하려 가셨다. 
그래서 옆 방에 계셨던 J선생님께서 담당 의사가 되셨다. K선생님이 유학 가시기 전, 되도록 여자 선생님을 채용한 후 가려고 한다고 했는데 적합한 분이 안 계셨던 것인지 그렇게 나는 작년 여름부터 현재까지 J선생님께 꾸준히 진료받고 있다. 

처음 J선생님이 담당의사가 된 것을 알고, 과연 이 진료를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염려했다. 21년 좋은 병원을 찾고 안정적으로 잘 내원하고 꾸준히 치료 받고 있는데 이것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염려가 된 까닭은 K선생님도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고학력, 전문의이지만(그 말은 곧 비교적 중산층 이상의 배경을 가졌고 적어도 개차반 부모들에게서 자라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있다) 그 분도 사회적으로 주어진 여성이라는 성별로 겪은 어려움이나 차별을 그래도 조금이라도 알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있었다. 실제로 그 분은 젠더폭력과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잘 짚어내셨다. 
그러나 J의사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고학력, 전문의라는 정체성 뿐 아니라 ’시스젠더 남성‘이라는 권력까지 갖고 있기에 그에게서 과연 진료를 잘 받을 수 있을까 조금 염려가 되었다. 성별과 상관없이 의사는 의료전문가이며, 해당 분야의 전문의 이지만 정신건강이라는 진료 분야가 ’의료적’전문성만 갖고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약만 처방 받으면 그가 여성이던 남성이던 젠더퀴어건 뭐건 상관없지만 그 병원은 15~20분간 상담진료도 함께 이루어 지는 곳이기에 그가 ‘시스젠더 남성‘이라는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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