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채식주의자] 동물병원 가는 길, 벌벌 떠는 고양이를 보며 생각한 것들

장재영
장재영 · 작가, 초등교사
2023/06/07

#고양이와 동물병원 가는 길

얼마 전, 만 열여섯 살을 넘긴 우리집 고양이가 기침을 했다. 한두번 하다 말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텐데 1분 이상 기침이 계속 이어질 때도 있었다. 검색창에 ‘고양이 기침’을 쳐 보았다. 증상과 관련된 병명 목록을 보니 겁이 덜컥 났다. 동물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동물병원에 가는 일은 늘 불편하다. 고양이가 아프다는 판정을 받을까봐 두렵고, 더 솔직해지자면 한번 갈 때마다 이십만원 정도를 훌쩍 넘는 병원비도 두렵다.

병원에 갈 시간이다. 베란다에 둔 케이지를 꺼내기 위해 내가 부스럭거렸다. 그 소리를 들은 고양이가 어디론가 빠르게 숨는다. 케이지를 꺼내면 집 밖으로 나서야 한다는 걸 고양이도 알기 때문이다.

침대 밑 깊숙한 곳으로 기어 들어간 고양이 뒷다리를 어렵사리 잡아 케이지에 넣고 차에 실었다. 우리집 고양이는 동물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늘 구슬프게 운다. 그 소리가 애처롭지만 나로서는 할 수 있는 게 크게 없다.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어 차를 잠시 멈추었다. 고양이를 조금이나마 안심시키기 위해 케이지 안에 오른손을 넣어 그의 몸을 쓰다듬었다. 겁 많은 우리집 고양이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게 내 손까지 전해져 온다.

동물병원에 갈 수 있는 ‘복’을 타고난 우리집 고양이의 떨리는 몸에 손을 대며 나는 도축장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소들의 삶을 떠올린다. 집 밖으로 나선 고양이가 안온한 차 안에서 이렇게나 떨고 있는데, 도축장 앞에 선 소들이 느끼는 공포는 얼마나 클까? 그들은 난생 처음 트럭을 타고 ‘외출’한다. 트럭이 멈춰선 곳에서는 피 냄새가 난다. 트럭에서 먼저 내린 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죽음을 직감한 소들은 공포에 질려 침을 흘리고 벌벌 떨고 똥오줌을 싸며 운다. 물론 나는 ‘진짜 죽음’ 앞에 선 그들이 감각하는 고통의 크기를 온전히 상상할 수 없다. 내가 만져본 것이라고는 동물병원 가는 길에 벌벌 떠는 우리집 고양이의 몸 정도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도축장 앞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소, 돼지,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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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일터를 좋아하는 초등교사이자 비건 페미니스트. 페미니즘, 비거니즘, 소수자 인권, 기후 정의, 성교육 등 교육이 말하지 않는 것을 탐구하는 일에 열의가 있다. 성평등, 인권, 생태전환교육 등을 주제로 아동청소년, 교원, 양육자, 시민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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