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그들의 것, 더 글로리 시즌2 후기

박요철
박요철 · 브랜드 컨설턴트
2023/03/12
야구 한일전은 완벽한 패배로 끝이 났다. 친북도 싫지만 친일은 더 싫어하는 나로서는 응원할 맛이 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까지 난 강제징용 배상금을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가볍게 뒤엎는다. 물론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그래도 한일전은 다르지 않은가. 실력과 상관없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이 된 건 '복수심' 때문이다. 30년 간 국민과 국토를 아낌없이 유린한 그들에 대한 분노이다. 하지만 그 분노가 대상을 잃으니 허망해진다. 왜 무엇 때문에 응원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은 나는 한일전을 응원하지 않았다. 그대신 더 글로리 시즌2를 보았다.

이 드라마가 가진 미덕은 복수의 방법이 전형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영화 테이큰의 복수가 단방향적이라면 동은이의 복수는 훨씬 더 호흡이 길고 스마트하다. 일종의 자중지란을 노리기 때문이다. 내 손에 피를 뭍히지 않고 그들끼리 반목하고 저주하고 오해하고 파괴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직접 복수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이 난다. 그들이 맹렬하게 동은이를 향해 펀치를 날리지만 그 주먹은 공기를 가르다가 비틀거린다. 그리고 엉뚱하게 한때 한편이었던 자신의 친구들을 향해 꽂힌다. 누군가는 머리에 양주병을 맞고, 누군가는 목에 연필이 꽂히고, 누군가는 눈이 먼채 공사장 아래 시멘트 반죽 사이로 떨어진다. 그리고 누군가는 감옥에 갇혀 오래도록 고통 당한다. 마치 바둑판 위에서 사방이 포위당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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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회사의 브랜드 스토리를 '발견'하고 '정리'하고 '전파'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스몰 스텝' '프랜차이즈를 이기는 스몰 브랜드의 힘' '스몰 스테퍼'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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