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밥상의 파수꾼 오이
2024/08/26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다섯 살 위인 막내누나는 전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새벽같이 아침을 먹고 나가야 했는데, 그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저도 같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막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만 겨우 하고 먹는 밥맛이 좋았을 리는 없지만, 거의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누나와 새벽밥을 먹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제 메뉴는 한가지로 정해졌습니다. 밭에서 따온 오이를 그대로 올려놓으면 고추장에 찍어 따뜻한 밥과 먹는 것이었지요.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고 새벽밥인데도 참 달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른 아침을 먹고는 달리 할일이 없었던 저는 집 바로 옆에 있는 학교로 갔습니다. 시골학교여서 아이들이 일찍 오는 편이었지만, 새벽밥을 먹고 학교 옆에 살았던 나보다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