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자격_출간 전 연재를 마치며] 내가 누구로 노동하고 있는지

희정
희정 인증된 계정 · 기록노동자
2023/04/20
[일할 자격] 출간 전 연재를 마치며
내가 누구로 노동하고 있는지를
   
   
이 책은 노동에 관한 이야기다. 책 한 권을 들여 노동에 관해 묻고 답하고, 뒤적이고 들춰보고, 듣고 말한다. 
“내가 어떤 세상에서 누구로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어느 날은 오랜 지인을 불러다 놓고 수다를 떨 듯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느 날은 지인의 지인과 어색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었다. 어떨 때는 생판 모르는 타인임에도 그와 내가 가진 공통점 때문에 ‘찐친’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고, 어떤 날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그를 앞에 두고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즐거웠다. 오롯이 다 알 것만 같은 사람이 어떻게 타자일까. 상대를 나와 다른 이로 인정하지 않고 인터뷰에 임한다면 아무리 예의를 차려 말을 한다고 해서 그 어디에 존중이 있을까. 
   
   
왜 그렇게 살아?
   
그간 직업병과 산업재해, 부당해고와 고용 불안, 일터 내 차별과 소수자의 노동권 문제에 관해 써왔다. 사회 문제를 말하기 때문인지, 소수자 문제를 꺼내 들기 때문인지 때론 용감하다는 평도 들었다. 정작 나는 그런 말에 어리둥절했다. 용기를 내어 쓴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책을 쓸 때, 나는 큰 용기를 내어야 했다.
   
편이 되어주겠다고 만나온 이들을 마주한 채 ‘실은 당신이 잘 이해되지 않았어’ 라고 해야 하는 일이었다. “왜 그렇게 살아?” 내가 더 보태지 않아도 늘 이런 질문을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쉽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왜 그렇게 오래 싸워?” “이렇게 막무가내로 싸우는 게 맞아?” 부당해고를 겪고 회사 앞에 농성장을 세우고 몇 년을 싸워온 사람들에게 세상이 하는 말이었다. 우리는 숱한 참사를 겪으며 세상이 얼마나 당사자들에게 쉽게 말을 뱉는지를 확인해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나는 인터뷰이들을 이렇게 부르곤 했다. “이미 너무 많은 질문을 받아버린 사람들”. 내 입장에서 그들은 목소리가 없는 사람, 보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너무 많은 질문을 받아 말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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