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버스 컴퍼니’, '구인회' 이야기 속에 녹여낸 고전의 가치

견유
견유 · 게임 전문 기자
2024/03/20
1933년 무렵 경성부청 건너편에 위치한 끽다점(喫茶店) ‘낙랑파라’를 찾는 몇 명의 문인들이 있었다.

극작가 유치진, 소설가 이태준, 시인 정지용 등 9명은 이곳에 종종 모여 함께 글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크고 작은 변동은 있었지만, 늘 머릿수 9명을 채웠던 이 모임은 훗날 ‘구인회(九人會)’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다.

프로젝트 문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는 작중 인물의 이름과 서사에서 알 수 있듯 세계 문학의 요소를 여럿 차용했다. 그중에서도 지난 6월 업데이트 된 메인 스토리 4장 ‘변하지 않는’은 ‘이상’과 그가 몸담았던 ‘구인회’의 이야기를 다룬다.

게임 속 구인회는 실제 존재했던 ‘구인회’와 그 모습이 많이 닮았다. 게임은 구인회라는 이름으로 함께 모였던 문인들의 생애와 작품을 캐릭터에 담아냈다. 당대 정치적인 성격을 띠었던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이하 카프)’의 문학에 반해 순수한 예술로서의 문학을 추구했던 ‘구인회’처럼, 게임 속 구인회는 기술을 독점하려는 기업의 탄압을 피해 순수한 기술 연구를 추구한 모임이다. 그 안에 인물들 역시 실제 ‘구인회’ 구성원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이 중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인물, ‘동랑’, ‘동백’, 그리고 ‘이상’의 서사다. 게임은 이들의 모티프가 된 인물들이 남긴 삶의 흔적을 인물의 서사에 녹여내 하나의 장대한 비극으로 승화시켜 이를 감상하는 유저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 차가운 현실에 일그러진 꿈, ‘유치진’ 그리고 ‘동랑’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 ‘동랑’의 모티프는 극작가 유치진이다.

유치진의 호 ‘동랑(東朗)’에서 이름을 딴 그는 작중에서 대기업 소속의 유능한 과학자로 묘사된다. 구인회 소속 당시 동물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겠다던 그의 꿈은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있는 대기업의 기술력 앞에 잘못 쓰인 편지처럼 맥 없이 구겨졌다.

각자 자신만의 이상을 실현해 나가는 동료들 곁에서 무너져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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