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XM: X세대의 반격] 1. 적폐, 관례, 악습과 결별하기

로빈K
로빈K 인증된 계정 · 사회복지 질적 연구자
2023/02/15
저는 방위, 그러니까 단기사병으로 병역을 마쳤습니다. 신체검사에서 2등급을 받았는데, 또래집단의 인구가 100만명이나 되다 보니까 현역이 아닌 방위로 밀려난 것입니다. 양가감정이 생겼습니다. 현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짧게 마칠 수 있어 좋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손익을 헤아려보면 좋을 것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지 않은 길에 어떤 장단점이 있었을지 알 수 없으니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꼰대처럼 군대 얘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글은 군대 얘기가 초점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짧은 군대 생활을 했음에도, 그리고 부대 내에 머무는 시간이 현역에 비해 1/3 정도 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군대 생활은 거칠었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장교에게 헬멧으로 머리를 강타 당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첫날 단체 얼차려와 간단한 구타를 당한 것까지는 괜찮았는데, 한 달 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악명 높은 선임으로부터 허벅지를 발로 차인 후 한 달 동안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일병을 달기 전까지는 수시로 구타와 얼차려를 당했죠. 

그러면서 혼자 생각하고, 이어서 동기들과 다짐한 것이 있습니다. '후임들에게는 그러지 말자'. 이 다짐과 약속은 지켜졌을까요? 그 당시부터 병영 문화가 달라지고 내부 고발이 강화되면서 구타가 금지되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구타는 안 하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에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후임들은 여전히 신병들을 어딘가로 데리고 갔고, 돌아올 때는 대부분 어두운 표정이었습니다. 가서 뭘 했는지 굳이 묻지는 않았습니다. 요즈음 발표된 드라마 시리즈 <D.P.>나 <신병> 등을 보면 그 뒤로도 한 동안은 구타가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군대만 그럴까요?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 때도 어느날 교실로 들이닥친 고3 선도부 형들에게 명찰을 안 달았다고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성적 떨어졌다고 단체로 맞기도 했죠. 대학에서는 물리적 폭행이 없었지만 심리사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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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색하고, 사회복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회복지 질적 연구자 /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자 / 시민기자 / 모태신앙 개신교인-신학대학원 졸업생-a Remnant Of Belivers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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