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재밌다

이창
이창 · 쓰고 싶은 걸 씁니다.
2022/11/23


  서너 살쯤 기억인데, 언젠가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햇살 드는 베란다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말이다. 귓가를 들락날락하는 나긋한 자장가에 맞춰 눈꺼풀이 감기다 떠지다 했다. 엄마는 품 안에서 색색대는 아이의 조그마한 머리를 쉼 없이 쓰다듬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곧 잠이 들려는 찰나에, 나의 눈가 언저리를 맴돈 광채는 여태껏 무엇보다 깊은 따스함으로 각인되어 있다. 무지갯빛이었다.
성소수자의 상징, 무지개 깃발

  어느 교역자가 귀가 쨍하도록 전도를 펼친다. 밑창으로 길바닥을 먼지 날리게 쓸며 바삐 가는 사람이라면 별 관심도 없을 테지만 여긴 퀴어 축제 현장, 전도사는 많은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그는 매우 열정적이다. 동성애의 권리와 사랑의 자율성을 반나체 차림으로 외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돋보일 만큼. 안타깝게도 그럴수록 그는 위태로워 보였다. 퍼레이드의 일원들은 행진 도중 그에게 손가락 욕을 하거나 고함을 치고 발길질로 위협했다. 그들은 이 역사적인 현장에서 그가 당장 꺼지기를 바라며 자신의 뽀얀 엉덩이를 드러낸 채 키스로 굴복하기를 요구했다. 그를 밀치고 침을 뱉으면서 환호하는 사람들, 조금 더 지독한 이들은 그를 이 자리를 빛내주는 또 다른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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