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反戰) 시위 (1)
202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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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 북쪽에 있는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캠퍼스에서 시작된 반전 시위가 미국 전역 대학가로 번졌다. 시위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규탄하면서도 주로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인도주의 위기를 지적하며,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비판했다. 이번 시위가 친팔레스타인 시위(pro-palestine protest)로 불리기도 하는 이유다.
처음엔 별다른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지만, 대학 측의 요청을 받은 뉴욕시 경찰(NYPD)이 캠퍼스로 진입해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학생들을 강경 진압, 체포하면서 시위는 미국 전역의 캠퍼스로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글을 쓰고 있는 12일 현재 3주 넘게 계속된 시위에서 체포된 학생과 시민의 숫자가 3천 명에 육박한다. 5월은 미국 대학교의 졸업 시즌인데, 시위로 인해 졸업식을 취소한 학교도 있고, 전체 졸업식은 취소하고 단과대, 학과 별로 조용히 졸업장만 수여한 곳도 있으며, 졸업식을 예정대로 진행했다가 충돌이 빚어진 곳도 많다.
학생들이 반전 시위를 벌이며 캠퍼스에서 농성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톱뉴스를 장식하기 시작했을 때 바로 글을 썼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 쓰다 보니 계속 관련해 짚어야 할 이야기들이 쌓였다. 그러는 사이 가자지구의 상황도 휴전이나 평화로 가는 길을 좀처럼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주변의 우려와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를 점령할 준비를 마쳤다.
대학생들의 시위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에 있다. 물론 이스라엘군에 공격의 원인을 제공한 건 지난해 10월 7일 테러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였다. 무고한 민간인을 살상한 테러를 무슨 수로 정당화하겠냐마는 하마스는 그동안 이스라...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미국을 알아가는 시간" 팟캐스트/유튜브 아메리카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