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폐지하라』

2024/01/23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주한 의문이 있다. 작가도 독자가 궁금해하리란 걸 잘 알고 있어 친절히 언급해준다. “어쩌면 가족 폐지보다는 확대가족이나 개혁된 가족을 요구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48).” 왜 가족의 범위를 확장하는 게 아닌, 폐지를 주장하는 걸까?

대체로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난 나는 가족제도의 수혜자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폐지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나는 다음 문장을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가족은 이 지구에서 가장 많은 강간과 가장 많은 살인이 일어나는 장소다(22).” 이게 가족의 폐지를 주장하는 근본적인 동기였다. 누군가는 가족제도 안에서 철저히 고통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을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가족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은 돌봄을 사적인 영역에 가둔다는 것이다(60).” 가족 폐지를 주장하는 문제의식의 본질이다. 개인이 돌봄의 의무를 맡기 때문에 가족제도의 문제가 발생한다. 누군가는 보호자의 의무를 다하기에 굉장히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보호자조차 없이 홀로 남겨질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은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영향을 받는다. 즉, 성공적인 돌봄이랑 복불복이었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 부모를 만날 수는 있느냐… 독서모임에서 예진님은 부모의 부양 능력이 없어 청년이 돌봄의 의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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