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친구도 사귀고 싶었고, TV도 보고 싶었어요.

한연화
한연화 · 미친 세상을 사는 아스퍼거 ADHD인
2023/09/12
쓸데없다. 쓸데없다. 쓸데없다. 큰아빠는 공부와 관련이 없는 모든 것들을 쓸데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원하던대로 나를 더 이상 피아노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한 큰아빠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는 집에 있던 동화책을 더 이상 읽지 못하게 한 것이었다.

"이런 건 읽지 마. 전부 다 갖다버릴 거야."

큰아빠는 내게 공부해서 성공하려면 이딴 건 멀리해야 한다며 내게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만 들여다보도록 강요했다. 내게 유일한 취미생활은 공부가 되어야 한다며 "네 취미는 공부야. 알았어?"라고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것처럼 느끼게끔 나를 세뇌하기 시작했고, 혹시나 내가 세뇌에서 풀려날까봐 두려웠던 것인지 TV를 보지 못하게 막기 시작했다. 테레비를 쳐다보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며 내가 TV를 보는지 안 보는지 감시하기 시작한 큰아빠는 내가 조금이라도 TV 쪽으로 눈길을 돌리기라도 하면 "눈 돌아간 거 다 알아. 테레비 쳐다보고 싶어 환장했지? 너한테 태레비는 머리 나빠지게 하는 악마야, 악마! 알아?"라며 무섭게 몰아세웠다. 보다 못한 삼촌이 애 너무 잡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등을 겪고 살아온 아스퍼거 ADHD인입니다. 남들 하는 걸 못해 세상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살고 있으나 어떻게든 적응 중입니다. 가족, 특히 큰아빠에 대한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 그리고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 마주보고 있어요
10
팔로워 10
팔로잉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