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진보>북리뷰, 인공지능이 득세할 미래에서 개인의 적절한 멘탈은?

유태하
유태하 · 창작중
2023/09/17
 
영화 '오펜하이머'는 핵폭탄 개발을 성공시킨 천재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성격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직업적으로 연구자이고, 프로젝트 리더이거나 정치정당의 비밀 후원자였기도 한, 냉전시대의 한 주역이었던 사람의 일대기를 꾸준히 따라간다. 오펜하이머가 결국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남기는 서사는 뒤로 하고, 나는 영화에서 말해준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 한동안 잊기 힘들었다.

'핵폭탄 실험 과정에서 연쇄 작용으로 대기에 불이 붙어, 지구 생태계 종말을 부를 확률이 있다.'

란 것이었다. 영화 내에서 그 가능성은 실제적으로는 0에 수렴하기에 실험은 진행되고, 성공한다. 그래서 지구 전체는 아닌 일본의 20만 가량의 사람만 죽고 끝나게 된다. 핵폭탄은 안 그래도 압도적이었던 미국의 국제적 권력을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낸다. 오펜하이머는 핵 발명 이후 세계 연합을 통하여 핵이라는 무시무시한 힘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건 나중에 생겨난 고민이고, 실제로는 '다 죽게 만들 핵폭탄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하는냐 vs 몇십, 몇백만만 죽게 만들 핵폭탄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하느냐.' 였던 것이다. 내가 만약 오펜하이머와 같은 과학자라면, 생명윤리나 개발 실패 가능성을 들며 국가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개인의 명성이나 학자로서의 업적은 나라의 눈 밖에 난 사람으로서 이루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펜하이머는 현실적인 의미에서 다방면으로 유능한 사람이지만, 현실이 부여하는 과제를 최고점으로 살아냈다고 해서 개인의 삶이 오롯하게 혼자 왔다가 혼자 가지는 못한다. 

나는 <우리는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지금은 고인인 미국의 과학자 조지 월드의 강연집에서 '기술 발전을 통한 저장 능력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의 신체의 규모를 넘어선 공룡이 되었다.'라는 말을 인상깊게 기억한다. 우리는 많은 걸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선진국의 국민이라면, 자동차와 창고와 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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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이어질 수 있는 사람의 정서적 훈련과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친족성폭력 트라우마 회복 에세이 <기록토끼>, 첫 글에 게시하는 중입니다. whitepoodlelov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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