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딸, 홍구리 - 엄마와 페미니즘 하기(2)

썬
· 선천적 예민러, 프로불편러, 하고재비
2022/05/25
 “어쩜 그렇게 누워서 TV 보는 자세도 김씨 셋이 똑같냐?”
   
 아빠가 왼팔에 큰딸을, 오른팔에 작은딸을 끼고 셋이서 누워 티비를 보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엄마가 한 말이다. 또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아빠와 나와 동생이 즐겁게 놀고 있을 때 엄마가 아빠에게 말했다. 
   
 “당신은 좋겠다, 당신 딸이 둘이라서.”
 “왜 내 딸이야, 홍여사랑 내 딸들이지.”
 “딸 둘 다 당신 성 따르잖아. 왜 자식 중에 김씨만 있고 홍씨는 없는 거야! 김씨들끼리만 놀고 나는 혼자잖아. 나도 내 성 따르는 자식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이제부터 홍씨 해~”
 엄마는 두 딸을 뱃속에서 키우고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낳고서 먹이고 재우며 키워왔지만, 가족 4명 중 혼자만 성씨가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21세기를 앞둔 어느 날 엄마의 신세한탄과 아빠의 쿨함이 더해져 우리 집에선 엄마 성 쓰기가 시작되었다. 두 딸이 이미 아빠 성을 따르고 있으니 이 다음부터는 엄마 성을 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살았던, 나의 첫 반려견 내 동생 바다는 홍바다였다.
엄마 성을 물려받은 첫 번째 딸, 홍바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김씨니 바다를 보고 김바다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 바다는 엄마 성 따라서 홍바다야’라고 답했다. 홍바다와 함께 산 지 십 년이 넘었을 때쯤 이전과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을 했더니 ‘너희 집 완전 멋있다’ 같은 대답을 들었다. 우리 집 셋째부터는 엄마 성을 쓰기로 한 것이 너무 익숙했던 나머지 엄마 성 쓰기가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다.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고?
 성(姓)이란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에 따르면 성이란 혈족(血族)을 나타내기 위하여 붙인 칭호로 주로 아버지와 자식 간에 대대로 계승되는 것이다. 처음 만난 사이에 통성명을 하고 나면 본적까지 묻는 곳이 한국 아닌가. 촌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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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예민러, 프로불편러, 하고재비. '썬'을 이름으로 자주 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지만, 가만히 있기와 시키는 대로 하기는 특별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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