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무차별 살상 사건, 함정과 함의 (박권일)
2023/08/15
필자 :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서울 신림역에서 30대 남성이 무차별 칼부림 사건을 일으킨지 13일 만에 분당 서현역에서 20대 남성에 의해 다시 유사 사건이 일어났다. 신림역 사건 직후, '토론의 즐거움'과 몇몇 지인과의 모임에서 "일본에서 2000년대부터 급격히 발생한 무차별 살상 사건들이 끝내 한국에서도 시작된 것 같아 불안하다"는 말을 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나쁜 예감이 적중하고 말았다. 두 사건 직후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은 앞서 사건을 경험하고 연구를 축적한 일본 사례를 소개하는 기사를 냈다.
무차별 살상 사건이 왜 발생하는가, 또 왜 ‘지금’ 잇따라 일어났는가는 장기간의 추적과 연구가 필요하지만 먼저 짚어볼만한 유력한 정황들은 존재한다. 사회적 고립의 심화, 불평등 악화, 코로나 팬데믹과 종결의 영향, 소셜미디어의 과시문화와 주목경쟁 등이다. 앞의 두 가지 즉 고립과 불평등은 보다 사회-경제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고, 뒤의 두 가지 즉 포스트 코로나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은 심리-문화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가해자가 2~30대 청년남성이라는 점이다. 무차별 살상 사건을 다루는 언론 보도들 역시 빠짐없이 가해자가 ‘청년남성’이라는 것을 언급하고 있고, 앞서 말했듯 이 또한 옆 나라 일본과 극히 유사하다.
다만 이 글 하나로 위에 서술된 사항을 전부 논하는 것은 여러 모로 어렵다. 여기서는 우선 가해자의 특성으로 가장 주목을 끄는 ‘청년남성’이라는 측면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공론화할 때의 주의점을 짚어두기로 한다. 향후 만약 후속편을 쓰게 된다면 일본의 무차별 살상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난 가해자의 조건인 ‘고립’과 ‘처지비관’이 한국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또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도 설명할 것이다.
함정들
이런 논의에서 가장 흔하게 빠지는 함정이 있다. 집단의 특징을...
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