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실존 경험을 선사하는 VR게임 - 게임과 철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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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4/11
VR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유저(연합뉴스)

새로운 실존 경험을 선사하는 VR게임 - 메를로 퐁티의 관점에서

기존의 VR에 대한 논의는 대개 근대적 실존에 기반한 것이 많았다. 시공간을 지각되는 것에서 벗어나 생각하며 인간과는 떨어져 있거나 혹은 인간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라 여겼다. 이러한 세계와 의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에게 세계가 우리와 별개의 존재라 생각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VR은 그저 인간이 만들어낸 ‘가짜’일뿐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과연 VR은 정말 ‘가짜’이며 인간은 이 안에서 아무런 생각도 없어야 하는가?

메를로 퐁티의 입을 빌리자면 그것은 아니다. 메를로 퐁티는 지각을 철학의 시발점으로 삼았다. 본래의 철학은 인간의 정신을 중요시했다. 지각의 의미는 사유를 통해서 생성되는 것이며 육체는 정신에 종속되어 정신에 의해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다. 인간은 체험하는 주체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세계 속에 존재하는 신체주체는 행위 속에서 지각을 수행하며 세계를 자신에게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새로운 코기토’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존재는 가시적인 실재존재에 의미가 침투된 것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지각함’과 ‘지각됨’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세계 속의 신체주체는 지각함을 가진 주체로만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경우 신체주체가 지각하는 모든 존재들은 지각됨으로만 나타나게 된다. 이는 의식의 이분법적 요소를 나타내며 메를로 퐁티의 사상과는 맞지 않다.

메를로 퐁티는 이 지각함과 지각됨의 구분을 없애기 위해 '살(la chair)'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살'은 인간의 살처럼 가시적인 사물이 아니라 지평과 가능성의 존재이다. '살'은 그 자체로는 가시적인 존재지만 우리가 그 가시성을 초월하여 비가시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살은 비로소 그 가치를 찾으며 그런 경우에만 가시적인 것 속에서 나타날 수 있다. '살'의 개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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