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이 어떻게 범죄자로 만들어지는가 |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강남규)
2023/02/20
필자 : 강남규 (『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흑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를 만든 여성 감독 에바 두버네이가 만든 4부작 드라마.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여성 감독과 여성 제작자가 만든, 유색인종 남성 넷에 대한 이야기.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흑인에 대한 제도적 차별을 다룬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를 만든 여성 감독 에바 두버네이가 만든 4부작 드라마. 오프라 윈프리가 제작자로 참여했다. 여성 감독과 여성 제작자가 만든, 유색인종 남성 넷에 대한 이야기.
드라마는 1989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10대 흑인 아이 넷과 히스패닉 아이 하나가 백인 여성을 폭행하고 강간했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각각 6~14년 간 형을 살다가 진범이 자백해 마침내 결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은 뉴욕 할렘가에 사는 빈곤한 유색인종들이었고, 미란다 원칙은 고사하고 사회적 보편 상식조차 알지 못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글도 읽을 줄 몰랐다.
그런 아이들이 범행현장 주변에 우연히 있었다. 아이들은 주변에 있었던데다 무엇보다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유력 용의자로 긴급 체포되었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짓고 싶었던 백인-경찰들은 '미성년자는 부모의 입회하에 취조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도 무시하고 아이들을 40시간씩이나 재우지 않고 먹이지 않고 강압 수사해 거짓 자백을 받아낸다. 경찰은 아이들에게 거짓자백 조서를 읽히고 서명을 받아냈는데, 어떤 아이들은 조서에 쓰인 글을 읽을 능력이 없었기에 그것이 거짓 왜곡인지도 모른 채 거기에 서명해야 했다. 몇몇 부모들은 서둘러 올 수 없었다. 그들은 직장에서 조퇴할 권리가 없었다. 하층 노동자였던 그들에게 조퇴란 곧 해고를 뜻했으니까. 아이가 경찰서에 있는 걸 알면서도 일을 하러 가야만 했다.
10대 유색인종 아이들이 '감히'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고 알려진 이 사건은 미국에서 아주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범죄자의 신상을 가차없이 공개하는 미국에서 이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은 "센트럴파크 파이브"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에 공개됐다. 드라마는...
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