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터널시야(Tunnel vision)’는 의학 용어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들이 터널에 들어가면 빛이 나오는 출구만 보고 달린다. 그때 시야가 좁아져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하게 된다. 이처럼 신체 상태의 이상으로도 생기지만 공포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일련의 사건으로 겪게 되는 심리적인 기제로 볼 수 있다. 이때 주의력과 정보처리 능력 등과 같이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된다. 우리가 어떤 일에 극도로 집중할 때 눈앞 것만 집중하느라 주변을 못 보는 것과 같다. 

   

터널 속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다 보면 주변은 다 어둡고 터널 끝 밝은 원통의 동그라미만 보인다. 동그라미 밖을 인지할 수 없기에 판단력이 떨어지는데 심리학에서는 ‘터널 시야의 함정’이라고 말한다. 한가지 문제에 고착되기 때문에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내린 결론에 타당한 것만 증거로 받아들이려고 하고 그 외에 다른 것은 무시한다. 그러니 자신의 의견만 옳고 타인의 말을 무시하는 행동으로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때로는 특정한 상황에 외골수처럼 집착하거나 몰입한다. 실질적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상황도 생긴다. 특히 자살사고가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들은 자살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기에 다른 사고를 하지 못한다. 터널 속의 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