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대출사기’ 조폭 출신 사채왕의 실체를 밝힌다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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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7
그 카페의 분위기는 참 묘했다.

실내로 들어설 때부터 느껴지는 위화감. 대개의 카페들은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기 마련이지만, 그곳은 음악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뭔가 분주히 오고가는 ‘업무’ 이야기뿐. 40~60대로 보이는 사람 네댓 명이 노트북으로 일을 하거나 바쁘게 전화를 하거나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카페 직원과도 가까운 사이인지, 웃고 반말을 했다. 아무리 봐도 손님은 아닌 것 같고, 그럼 누굴까?

다른 손님들은 없었다. 그들은 손님처럼 조용히 방문한 기자를 눈에 띄게 경계했다. 하나는 창밖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기도 했다. 우리가 카페에서 나왔을 때는, 길을 건넌 뒤까지도 계속 우리 쪽으로 고개를 향하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카페 하타○○. 미스터리한 그곳의 정체는 바로 ‘사채왕’의 아지트다. 지난여름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건이 바로 여기서 벌어졌다.
겉으로는 카페, 실제로는 사채왕의 아지트인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카페 하타○○ ⓒ셜록
2023년 8월 22일 오후, 카페 하타○○. 야외 테라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요란했다. ‘똘마니’의 배신이 뼈아픈지 사채왕 김상욱(1972년생) 회장은 눈을 찡그렸다.

‘1500억 원 불법대출 정황이 담긴 음성파일 900개가 통째로 유출됐다니. 강남 일식당에서 만난 신○○ 전 지검장, 정치인 돈세탁 이야기까지 모조리 흘러 나갔다는 뜻 아닌가.’

파일을 넘겨받은 건설시행사 대표 최태진(가명)은 쉽게 고개 숙일 기세가 아니었다. 쏟아지는 폭우는 더위를 식혔지만, 사채왕의 분노까지는 누르지 못했다. 김상욱 회장은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내가 잡으러 갈까, 니가 여기로 올래? 니 지금 당장 이리 와.”

김 회장의 목포 사투리가 도드라졌다. 김 회장의 전화를 받은 사람은 (주)무궁화신탁 김재민 대리. 김 회장의 지시를 받아 불법대출을 일으킨 공범이었다. 곧이어 김 회장은 조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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