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달린' 산

한승백
한승백 · sbhan.net
2023/10/10
자동차들로 빼곡한 도로, 콘크리트 건물과 공해로 뿌연 하늘, 사람의 길은 자동차 길에 밀려나 버렸다. 그리고 문명에 일상이 얽매인 사람들은 자연 공간으로의 탈출을 꿈꾼다. 그들에게 산은 문명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숨통을 틔우는 ‘자연’이다. 

회색빛으로 물든 도시는 푸른빛을 내뿜는 산과 경계해 있다. 그렇기에 자연으로의 입장은 문을 전제한다.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지가 언제이고, 산에도 무슨 정문이 있느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일상 속 ‘문명인’에서 ‘자연인’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산으로 향하는 문턱을 지나야 한다. 그러나 문턱을 넘어 자연 공간인 산으로 들어서더라도 이제 또 다른 모습의 ‘문명인’을 요구하는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다음은 한 주간지에 실린 산악동호회의 모습이다. 문명과 경계를 이룬 산의 입구에서 가장 흔하게 눈에 띠는 광경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산악회의 등산 날 집합 장소에서는 때 아닌 패션쇼가 벌어진다. 회원들이 저마다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입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악회 총무인 문정애(56)씨는 “등산할 때 누가 어떤 아웃도어 등산복을 입고 왔는지도 화제가 된다”며 “새 등산복을 입고 오는 회원에게 어느 브랜드인지,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것이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문씨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웃도어 등산복을 입고 나오는 회원 수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부쩍 늘어났다”며 “지금은 100% 아웃도어 브랜드의 등산복을 입고 온다”고 말했다. 그는 “(아웃도어 등산복의) 색상도 가지각색이고 디자인도 다양해서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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