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내리 비가 오다 그친 어제 짧은 기차 여행을 했다. 여행이랄 것도 없다. 기차를 탄 시간이 왕복 두 시간 남짓이라. 그냥 기분을 그렇게 내고 싶었다는 거지. 목적지는 내가 2년 반 동안 생활했던 도시다. 시간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못하고 내려갔다가 점심도 못 먹고 의뢰한 서류만 받아 들고 다시 올라와야 했다.
아침, 점심, 저녁때만 반짝하고 붐비는 그 도시는 변한 것이 없다. 그 동네에서 가장 시끌벅적하다는 동네 역시 오전 시간엔 성실하게 한가롭다. 먹고 마시고, 그러다 탈이 난 사람들 고쳐주는 클리닉이 즐비한 곳. 아직도 관공서가 들어설 자리가 공사를 기다리고 있고, 중앙 청사 근처로 밀도와 높이를 자랑하는 멋없는 건물들, 그리고 필요하면 바로 탈 수 있다는 BRT 정류장까지... 뭔가 앞으로 시간이 많이 흐르더라도 개성 있는 도시로 성장할 것 같지 않은 어중간한 곳. BRT에서 내려 볼 일 보고 바로 돌아오는 길에 느낀 감상은 처음 이 도시에 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