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의 여행법①: 용궁엔 용왕이 없지만...

하승우 · 까칠한 로맨티스트
2024/05/21
기후위기 시대에도 여행은 가고 싶은데 탄소배출량은 걱정되고. 그럼 탄소배출량이 낮은 기차로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캐리어를 가득 채운 짐과 자동차는 놓아두고 배낭 하나 가볍게 메고 떠나는 여행. 
빠른 고속열차보다는 느린 무궁화호를 타고, 고속철은 서지 않는 작은 역에 내려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자연과 지역을 경험하는 저탄소 여행. 
내 건강에도, 지역에도, 지구에도 나쁘지 않은 여행. 지역을 소비하지 않고 알아가는 공감여행.
2028년이면 무궁화호가 사라질 예정이고, 그러면 작은 역의 운명도, 무궁화호가 서던 지역의 운명도 어찌될지 모른다. 사라지는 것들을 당장 지켜낼 방법은 없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애틋하게 사랑하면 뭔가 방법도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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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텀블러에 물만 챙겨 집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인 용궁역의 위치는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용궁면의 한자어는 실제로도 용궁(龍宮)인데, 왜 바다없는 육지에 용궁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이곳의 지형과 관련된 설화가 있다. 용궁면 남쪽에 낙동강이 합류하는 연못인 용담소(龍潭沼)가 있는데, 그 깊이가 깊고 바닥이 동굴로 이어져 용이 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용담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비슷한 지형의 용두소(龍頭沼)가 있어 두 마리 용이 부부가 되어 이 지역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한다. 용궁면이라는 지명은 바다 용왕과는 연관이 없지만 그런 낙원을 만들자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용이 지키는 지역은 어떤 기운과 풍경을 품고 있을까?
용궁역은 경부선으로 바로 갈 수 없고 경부선 김천역에서 경북선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김천역에서 용궁역을 오가는 기차는 하루에 다섯 번(상하행 합치면 열 번), 그러니 환승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기차 시간을 놓쳐 김천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역에서 5분 거리인 ‘시인의 거리’를 돌아봐도 좋다. 시인의 거리는 조금 오르막이지만 조용한 동네 사이로 지역 시인들의 작품이 낮은 담벼락에 그려져 있어 천천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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