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물리학 그리고 배트맨 리턴즈: When does locality help?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특히 계산기술의 양적, 질적 발전은 영상매체에서의 생생한 그래픽 표현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사실적이면서도 화려한 영상 효과 구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학적 모형화와 대량의 계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영상 효과를 담당한 회사 '웨타 디지털', 그리고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의 연구조직 '디즈니 리서치' 등에서는 일찍이 문화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연구자, 수학, 물리학 및 계산과학 전공자 등을 고용해 왔다.
이 글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스와 물리학의 관계에 대해서 재미있는 고전적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는 이들이 어떤 관계에 있게 될지, 그리고 꼭 관계가 있어야만 할지 등에 대해서 살짝 생각해 본다.
능동 물질과 배트맨 리턴즈
필자의 전공인 통계물리학은 수많은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확률론을 도구 삼아서 기술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일(work), 열(heat) 등 에너지의 흐름과 그 비가역성에 대한 학문인 열역학을 볼쯔만 등이 현대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이 분야에서 2010년대 이후로 활발한 관심을 끌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능동 물질(active matter) 이다.
능동물질이란, 입자 간의 수동적인 충돌에 의해서 움직일 뿐인 보통의 액체 및 기체 등과 달리, 개별 구성 입자들이 스스로 연료를 소모하면서 적극적으로 헤엄치는 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생물체들의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움직이는 여러가지 분자크기 기계들, 혹은 움직이는 세포 그 자체들, 그리고 어떤 추진 장치를 갖게끔 화학적으로 특별히 합성된 콜로이드 물질 등이 있다.
이러한 능동물질은 밖에서 공급되는 유용한 에너지를 꾸준히 소모하면서 (열로 전환하면서, 즉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평형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므로, 비평형 시스템의 한 예시이다. 이러한 능동물질 연구의 효시로 꼽히는 연구는, 새들이 몰려다니는 집단적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
사실적이면서도 화려한 영상 효과 구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학적 모형화와 대량의 계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영상 효과를 담당한 회사 '웨타 디지털', 그리고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의 연구조직 '디즈니 리서치' 등에서는 일찍이 문화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연구자, 수학, 물리학 및 계산과학 전공자 등을 고용해 왔다.
이 글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스와 물리학의 관계에 대해서 재미있는 고전적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는 이들이 어떤 관계에 있게 될지, 그리고 꼭 관계가 있어야만 할지 등에 대해서 살짝 생각해 본다.
능동 물질과 배트맨 리턴즈
필자의 전공인 통계물리학은 수많은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확률론을 도구 삼아서 기술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일(work), 열(heat) 등 에너지의 흐름과 그 비가역성에 대한 학문인 열역학을 볼쯔만 등이 현대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이 분야에서 2010년대 이후로 활발한 관심을 끌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능동 물질(active matter) 이다.
능동물질이란, 입자 간의 수동적인 충돌에 의해서 움직일 뿐인 보통의 액체 및 기체 등과 달리, 개별 구성 입자들이 스스로 연료를 소모하면서 적극적으로 헤엄치는 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생물체들의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움직이는 여러가지 분자크기 기계들, 혹은 움직이는 세포 그 자체들, 그리고 어떤 추진 장치를 갖게끔 화학적으로 특별히 합성된 콜로이드 물질 등이 있다.
이러한 능동물질은 밖에서 공급되는 유용한 에너지를 꾸준히 소모하면서 (열로 전환하면서, 즉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평형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므로, 비평형 시스템의 한 예시이다. 이러한 능동물질 연구의 효시로 꼽히는 연구는, 새들이 몰려다니는 집단적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
@몬스 감사합니다 ㅎㅎ 잘 읽어주셨다니 기분좋은 말씀입니다.
무척 흥미롭고 섬세한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Fred Kim 그래도 시스템을 아무렇게나 정의했을때 상전이가 그렇게 쉽게 관찰되는게 아니라는걸 생각하면... 전통적인 물리학적 대상이 아님에도, 다른 분야가 아닌 물리학에서 제일 관심가질 법한 여러 시스템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네트워크가 대표적일테고요 ㅎㅎ 저는 국소성에 대한 믿음의 beyond에서, 보편성, 불변성, 대칭성에 대한 관심이 결국 물리학의 essense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아직까진 collective behavior를 안 보고 single active particle의 열역학만 보아왔다 보니, 통계물리의 꽃과 같은 상전이를 연구에서 본적은 없네요. 그런데 최근에는 집단적 인터랙션 같은게 없는 single particle에서도 dynamical phase transition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논문들이 꽤 있더군요. 되게 formal하고 어려운 얘기인것 같긴 한데, 한번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질문주신 것 관련해서는...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라고 하는 방법론에서는 딥러닝에서 optimize하게 될 loss function을 아무거나 쓰는 것이 아니라, equation of motion이나 invariance 같은 것이 manually impose되게끔 디자인하더군요. 그렇게 하면 뉴럴네트워크가 어떤 원하는 솔루션의 proxy로서, 물리법칙을 근사적으로 follow하도록 강제되는 느낌이 있죠.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딥러닝은 블랙박스라, systematic하게 에러의 크기가 특정범위 내로 들어오도록 guarantee된다거나 이런 부분은 아직 부족한것 같습니다. 그래도 좀더 physics-aware하게 하려는 노력들은 꾸준히 있는 것 같기는 해요.
1. "그냥 물리학자들이 주로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 이 표현을 보고 웃었습니다 ㅎㅎ 자연의 집합적 현상을 다루는 물리학 논문들에서 국소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이론을 펼쳐나가는 것을 보고 공허한 기분을 종종 느꼈네요. 각 플레이어들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신이라면 모를까..
2. 이쪽 연구자들은 상전이-흥분증이라는 공통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연구하던 모델에 상전이가 보이자 바로 논문쓰기에 돌입하게 된 경험이 있네요.
3. 딥러닝의 도입될수록 '물리'학적인 접근법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reasoning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학계에서도 딥러닝을 많이 쓰는 것 같긴 한데, 혹시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Fred Kim 그래도 시스템을 아무렇게나 정의했을때 상전이가 그렇게 쉽게 관찰되는게 아니라는걸 생각하면... 전통적인 물리학적 대상이 아님에도, 다른 분야가 아닌 물리학에서 제일 관심가질 법한 여러 시스템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네트워크가 대표적일테고요 ㅎㅎ 저는 국소성에 대한 믿음의 beyond에서, 보편성, 불변성, 대칭성에 대한 관심이 결국 물리학의 essense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아직까진 collective behavior를 안 보고 single active particle의 열역학만 보아왔다 보니, 통계물리의 꽃과 같은 상전이를 연구에서 본적은 없네요. 그런데 최근에는 집단적 인터랙션 같은게 없는 single particle에서도 dynamical phase transition이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논문들이 꽤 있더군요. 되게 formal하고 어려운 얘기인것 같긴 한데, 한번 공부해 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질문주신 것 관련해서는... 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라고 하는 방법론에서는 딥러닝에서 optimize하게 될 loss function을 아무거나 쓰는 것이 아니라, equation of motion이나 invariance 같은 것이 manually impose되게끔 디자인하더군요. 그렇게 하면 뉴럴네트워크가 어떤 원하는 솔루션의 proxy로서, 물리법칙을 근사적으로 follow하도록 강제되는 느낌이 있죠.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여전히 딥러닝은 블랙박스라, systematic하게 에러의 크기가 특정범위 내로 들어오도록 guarantee된다거나 이런 부분은 아직 부족한것 같습니다. 그래도 좀더 physics-aware하게 하려는 노력들은 꾸준히 있는 것 같기는 해요.
1. "그냥 물리학자들이 주로 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 이 표현을 보고 웃었습니다 ㅎㅎ 자연의 집합적 현상을 다루는 물리학 논문들에서 국소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이론을 펼쳐나가는 것을 보고 공허한 기분을 종종 느꼈네요. 각 플레이어들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신이라면 모를까..
2. 이쪽 연구자들은 상전이-흥분증이라는 공통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연구하던 모델에 상전이가 보이자 바로 논문쓰기에 돌입하게 된 경험이 있네요.
3. 딥러닝의 도입될수록 '물리'학적인 접근법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reasoning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엔 학계에서도 딥러닝을 많이 쓰는 것 같긴 한데, 혹시 이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몬스 감사합니다 ㅎㅎ 잘 읽어주셨다니 기분좋은 말씀입니다.
무척 흥미롭고 섬세한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