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물리학 그리고 배트맨 리턴즈: When does locality help?

오용재 인증된 계정 · 통계물리 전공 대학원생
2023/04/02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특히 계산기술의 양적, 질적 발전은 영상매체에서의 생생한 그래픽 표현을 직·간접적으로 뒷받침해준다.

사실적이면서도 화려한 영상 효과 구현을 위해서는 적절한 수학적 모형화와 대량의 계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영상 효과를 담당한 회사 '웨타 디지털', 그리고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의 연구조직 '디즈니 리서치' 등에서는 일찍이 문화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로보틱스 연구자, 수학, 물리학 및 계산과학 전공자 등을 고용해 왔다.

이 글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스와 물리학의 관계에 대해서 재미있는 고전적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는 이들이 어떤 관계에 있게 될지, 그리고 꼭 관계가 있어야만 할지 등에 대해서 살짝 생각해 본다.



능동 물질과 배트맨 리턴즈

필자의 전공인 통계물리학은 수많은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상황을 확률론을 도구 삼아서 기술하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일(work), 열(heat) 등 에너지의 흐름과 그 비가역성에 대한 학문인 열역학을 볼쯔만 등이 현대적으로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이 분야에서 2010년대 이후로 활발한 관심을 끌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능동 물질(active matter) 이다.

능동물질이란, 입자 간의 수동적인 충돌에 의해서 움직일 뿐인 보통의 액체 및 기체 등과 달리, 개별 구성 입자들이 스스로 연료를 소모하면서 적극적으로 헤엄치는 물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생물체들의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움직이는 여러가지 분자크기 기계들, 혹은 움직이는 세포 그 자체들, 그리고 어떤 추진 장치를 갖게끔 화학적으로 특별히 합성된 콜로이드 물질 등이 있다.

이러한 능동물질은 밖에서 공급되는 유용한 에너지를 꾸준히 소모하면서 (열로 전환하면서, 즉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면서) 평형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므로, 비평형 시스템의 한 예시이다. 이러한 능동물질 연구의 효시로 꼽히는 연구는, 새들이 몰려다니는 집단적 움직임을 나타내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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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물리학 이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전공 내용 외에는 과학 및 기술매체의 인문학적 비평, 합리성의 상호주관적 정초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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