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담일지 : 사라지고 싶어요

지안
지안 · 매일 쓰고 싶은 사람
2023/03/09
여성주의 상담을 만나다
   
 내 인생의 첫 상담자를 잃고 동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 증상만 나누며 호르몬만 관리했다. 적당한 상담자를 만날 때까지 나도 상실을 애도할 시간이 필요했다. 섣불리 아무에게나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을 기대보았다. 누군가에게 나를 맡겨보았다는 경험은 그래도 성취였다.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것은 틀림없었다. 나의 말에 의미가 생겼다. 나를 믿게 되었다. 

 그러나, 또 다시 스스로를 놓는 일이 생겼다. 간신히 지향을 가꿔 세상과 조력하는 일에 욕심을 부리다 일과 사람에게서 번 아웃을 겪게 되었고, 고통이 분명한데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자신과 싸우는 날들이 이어졌다. 언어를 찾고 싶어 어느 시인의 시 창작 수업을 들었고, 철학상담 대학원에 다니는 한 수강생을 통해 ‘트라우마센터 : 사람마음’을 알게 되었다. 여성주의 상담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인데, 페미니즘의 ‘페’자도 받아들이지 않던 때였다. 물론 학교에서 교양 수업으로 ‘제2의 성’을 접하기는 했다. 하지만 여성주의라는 이름은 뭔가 한정된 느낌을 주었다. 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궁극의 무엇이 필요했다. 소외와 배타는 싫었다. 그렇게 여성주의에 대해 한참 오해를 하고 있을 때 ‘사람마음’의 조이수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사라지고 싶어요
   
 다시 한 번 입이 없어진 나는 전문가를 상대로도 호소를 할 수 없었다. 스스로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 감정이 언제나 옳다는 진실을 체화하지 못 했다. 치료자에게조차 거절당한 나였다. 조이수현 선생님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었다. 그러나, 나도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어떻게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고 주장할 것인가. 상담 자체가 버겁고 상담소를 오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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