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는 갤로웨이 ②
2022/11/17
스캇 갤로웨이가 첫인상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 건 그가 테크 업계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그리고 섹스 상대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 남성들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구제불능의) 백인 남성 베이비부머이면서도 여성의 권리와 일부 경제 정책에 관련해 꽤 진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자신이 운 좋게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것이 지금의 풍족한 삶을 만들어 주었다는 말을 종종 한다. 캘리포니아의 주민들이 낸 세금 덕택에 저렴한 돈으로 훌륭한 주립대(갤로웨이는 학부는 UCLA, 경영대학원은 UC Berkeley를 나왔다)를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성공 비결은 자신의 어머니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어릴 때 아버지와 이혼한 후 여성이 변변한 커리어를 쌓기 힘들던 시절에 비서 일을 하면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야말로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갤로웨이가 이런저런 인터뷰와 팟캐스트에서 이야기한 가족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아버지는 대공황 시절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자라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으로 (그래서 자신의 알코올 문제는 유전이라고 농담처럼 말한다) 가뜩이나 돈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나마 스캇이 9살 때 이혼하는 바람에 어머니와 살게 된 그는 어릴 때부터 가난이 자기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과 동생을 키우던 어머니는 자신이 17살이던 어느 날, 실수로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래의 1분 길이의 영상은 그가 팟캐스트에서 공화당이 추진하는 임신 중지 전면 금지에 반대하면서 미국에 가족계획(family planning)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하는 대목이다.
나 같은 청취자들이 갤로웨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때가 이 때다.
관련 링크:
https://twitter.com/PivotPod/status/1522581841248755712?s=20&t=TJR2pnX8KwcsWwbrGpNIIw
"제가 성공한 것은 가족계획 제도가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 한 번 쓴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얘기를 해도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창피하게 생각하시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어머니는 47세에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그 사실을 제게 이야기하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목소리가 떨리면서 잠시 말을 멈춘다.)생각해보세요. (어머니가 아이를 낳게 되면) 17살짜리 아들인 저는 집안의 경제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가 그래야 했다면 제 인생이 바뀌었을 겁니다. (다시 목소리가 떨리며 말을 멈춘다.) 남자들은 이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건 엄청난 충격을 가져오는 일입니다.우리 어머니는 가족계획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고 (임신 중지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는 얘기) 그 덕분에 저는 대학교에 갈 수 있었고, 대학교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세울 수 있었고, 그 회사는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가족계획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가 아이들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시 울먹이며 말을 잇는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 사랑이 넘치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원한다면 가족계획 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가정을 생각한다면서 임신 중지를 막는 사람들은) 완전히 잘못 판단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