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검열은 권력이다

북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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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4

쉬운 규제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소셜 미디어는 너무 쉽게 검열한다.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텀블러(Tumblr)’가 콘텐츠 규제를 위한 커뮤니티 레이블(community labels)을 도입한다.
  • 소셜 미디어의 시대이지만 그동안의 콘텐츠 규제에는 충분한 숙고가 없었다.
  • 권력과 유착된 검열을 막기 위해 미래의 소셜 미디어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BACKGROUND_ 2018년

한국의 방송통신심위위원회가 요청한 자율 심의 준수에도 끄떡 않던 텀블러가 본격적인 콘텐츠, 계정 삭제에 들어선 것은 2018년 애플 앱스토어의 규제 때문이었다. 지속되는 음란물 이슈로 인해 2018년 11월 텀블러는 모든 국가의 앱스토어에서 사라졌다. 애플의 강경책 이후 텀블러는 알고리즘 등을 적용해 유해 콘텐츠를 삭제하고 계정을 정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한 달 후 다시 앱스토어에 들어올 수 있었다.
KEYPLAYER_ 맷 멀런웨그(Matt Mullenweg)

텀블러의 콘텐츠 삭제는 기존 유저의 적잖은 반발을 불렀다. 2019년 ‘오토매틱(Automatic)’은 텀블러를 인수한다. 오토매틱의 CEO 맷 멀런웨그는 2003년,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도구인 ‘워드프레스’를 개발했다. 텀블러 인수 당시 인터뷰에서 맷은 “텀블러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지향하는 오토매틱의 가치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텀블러의 크리에이터 레이블은 그저 콘텐츠를 삭제하고 통보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규제 방식을 고민한 결과였다.
CONFLICT_ 아랍의 봄

2010년 찾아온 아랍의 봄에 소셜 미디어는 적잖은 힘을 보탰다. 시위를 알리고 확산하기에 소셜 미디어가 더 없이 좋은 대안이었기 때문이다. 튀니지 혁명을 통해 소셜 미디어의 힘을 실감한 이집트 정부는 이집트 혁명이 시작된 지 사흘 만에 인터넷 연결을 차단했다. 아랍의 봄은 소셜 미디어가 더 이상 일상을 공유하는 가벼운 플랫폼이 아님을 상기시켰다. 실리콘 밸리 기업의 입장에서 아랍의 봄은 소셜 미디어의 힘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몇몇의 콘텐츠는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판단을 불러오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는 아랍의 봄을 두고 새로운 플랫폼이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를 외쳤지만 그러한 외침에 내실은 없었다. 테러와 혁명, 포르노와 재현 사이를 구분하기는 까다로웠다.
RISK_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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