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식의 머선말29⑤|캣맘과 캣대디: 구원과 심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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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5
길고양이 양편의 두 개의 선(善)

캣맘(cat mom) 혹은 캣대디(cat daddy)는 얼핏 보기엔 ‘고양이 애호가’ 정도의 직관적인 뜻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실은 좀 더 까다로운 용법을 요구하는 신조어이다. 이 단어들은 서구권와 한국 사회에서 의미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서구권의 경우 단순히 ‘자신의 반려묘에 애착을 갖고 돌보는 사람’을 뜻하지만, 한국의 경우 집에서 키우는 반려묘가 아닌 ‘길고양이들에 애착을 가지고 보살피는 사람’을 뜻한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휴식처를 만들어 주는 등의 행동이 대표적이며, 그와 같은 활동을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때 캣맘 또는 캣대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근 몇 년 사이 이 단어들이 널리 알려지고 또 쓰이기 시작한 것은 주로 그들의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기인한다. 캣맘과 캣대디들은 길고양이도 엄연한 ‘생명’이며 도시 생태계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기에 고양이들의 생존을 지원하는 자신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캣맘과 캣대디의 활동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들의 활동이 제대로 된 ‘관리’ 없이 길고양이들의 개체 수를 증가시켜 주민들에게 해를 입히고. 조류 등 여타의 동물들을 위협해 되레 도시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일종의 타협책으로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시킨 뒤 풀어주어 개체 수 조절을 시도하는 TNR(Trap-Neuter-Release) 등의 방안도 제시되었으나 현재로선 대부분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그 사이 이들은 대립은 계속해서 첨예해지고 있으며 또한 점점 더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 한때 도둑고양이라 불렸던 길고양이는 여전히 도시의 거리를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 대립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도덕의 문제에서 찾는다. 여기에는 두 개의 선(善)이 존재한다. 하나는 길고양이를 통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과 이기적 태도를 지탄하며 모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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