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맘대로 용서하는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3/22
비주류경제학의 철학이 필요한 윤석열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무엇을 위해 사는가? 매우 철학적인 질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경제학은 이런 철학적 질문, 곧 존재론과 윤리론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철학적 질문에 대한 경제학파별 답은 서로 다른데, 이른바 ‘비주류경제학파’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며, ‘공익과 공동선’을 위해 산다고 대답하지만, ‘주류경제학파’는 반대로 인간은 ‘개인적 존재’며, ‘사익과 개인의 성공’을 위해 산다고 대답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 존재다

인간이 사회적 존재라는 견해는 우리에게 대단히 익숙하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이 비주류경제학의 존재론은 최근 진화심리학과 뇌과학의 연구성과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인간이 대단히 강하고 자립적인 존재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갓 태어난 인간은 동물보다 결코 유능하지 않다. 말은 태어난 직후 혼자 걸을 수 있으며 물고기는 알에서 부화한 즉시 스스로 헤엄쳐 다닐 수 있다. 반면 갓 태어난 인간 아기는 자기 팔다리도 제어하지 못한다. 일 년을 넘어야 비로소 걸을 수 있다. 그것도 ‘걸음마’ 수준이다!
정신도 육체와 다르지 않다. 많은 동물이 자기 몸을 제어하기 위해 더 온전히 연결된 뇌를 가지고 알이나 자궁에서 나오지만, 인간은 뇌에 만들어진 것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태어난다. 동물들에 비하면 인간의 뇌는 그야말로 허접한 준비상태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런 취약한 신체와 허접한 뇌를 가진 인간은 본래 진화에 성공할 수 없는 종이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한 종으로 불린다. 왜 그럴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인간종은 ‘사회적 존재’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갓 태어난 아기가 부모와 주위로부터 장기간 신체적 도움을 받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사실상 거의 20년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육체적으로 성장하는 셈이다. 부모는 영양과 안전을 마련해 주고, 집단은 다양한 차원의 ‘제도’를 제공한다.

아기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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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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