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환상동화

김형찬
2023/07/20
세계의 지붕에서 동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에 환국이 있었다. 대륙과 바다를 잇는 곳에 있어서 예로부터 무역이 발달했고, 이를 통해 얻은 부로 동방의 어느 나라보다 높은 문화수준을 유지했다.
   
환국의 사람들은 나라의 풍부한 재정으로 인해 먹고 자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저마다 타고난 개성대로 살았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환국의 국민이 가장 경멸하는 것은 남을 속이고 필요 없는 부를 축적하고 물려주는 것이었다.
   
의료 또한 무상으로 제공되어서 아픈 이들은 아무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 신하들은 과잉진료를 걱정했으나, 21대 황제는 "국민의 수준을 자신들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라"는 한마디 말로 주장을 관철했다. 초기에는 걱정한 일이 벌어졌지만, 꾸준한 예방의학 사업과 높아진 시민의식 덕에 50년이 지난 지금, 21대 황제는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황제로 꼽히고 있다. 
   
환국의 의료체계는 다른 국가들과 다른 특징이 있었다. 완벽의학과 온전의학이라는 두 가지 의학이 공존했다. 국민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경험적으로 더 효과가 좋은 의학을 찾아가 치료를 받았지만, 양측 의사들의 말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서로가 환자를 위해 뜻을 모으면 좋으련만, 서로의 의학에 갇힌 의사들에게는 바라기 힘든 일이었다. 
   
23대 황제가 즉위하고 3년이 지났을 쯤, 한 신하가 이 두 의학을 황제의 명령으로 통합할 것을 건의했다. 국민의 혼란을 줄이고, 국가의 재정을 아끼며, 의학의 통합을 통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22대 황제의 부정부패로 인해 25세의 젊은 나이로 새로운 환국건설을 구호로 선출된 황제는 고민에 빠졌다. 전에 없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했지만, 의료체계의 개혁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것이기에 즉흥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환국의 의료는 이웃의 나라들이 부러워할 수준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호로호로의 꿈은 자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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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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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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