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하수관 교체만으론 부족하다

윤신영
윤신영 인증된 계정 · alookso 에디터
2024/09/06
게티이미지뱅크

8월 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갑작스런 도로 땅꺼짐(싱크홀) 현상이 발생했다.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마치 장난감처럼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했다. 두 명이 크게 다쳤다.

땅꺼짐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자연적 원인으로 발생할 때도 있지만, 대도시에서는 불완전한 공사와 함께 오래된 하수관의 손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6년간의 지반침하사고 정보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거의 절반의 사고가 하수관 파손으로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하수관 손상에 의한 침하사고 수는 25년 이상 노후 하수관 길이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노후 관을 교체하는 것으로 상당수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수관 손상은 전체 요인의 절반에 불과하므로, 공사 부실 등 나머지 원인에 대한 대책도 함께 진행돼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약 6년간 전국에서 벌어진 땅꺼짐(싱크홀) 등 지반침하사고 1300여 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 지역별, 원인별, 시기별 사고 발생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사망자가 발생한 큰 사고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다치거나 차량이 손상된 사고는 적지 않았으며, 공사를 중심으로 대형 땅꺼짐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땅꺼짐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 하수관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향후 추가 사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도 있다.

1. 어디에서,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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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2024년 8월 말까지 발생한 전국의 지반침하사고를 1366건을 연도 별(색)로 나눠 지도에 표시했다. 전국 각지에서 고르게 발생하지만, 특히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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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발생량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18년 한 해 338건 발생해 거의 매일 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2019년 193건, 2020년 284건 등으로 변동이 심하다가, 2021년 이후 142건~177건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전체 사고 수 외에 깊이나 크기가 큰 사고를 따로 분류해 살펴봐도, 비슷하게 2020년대 이후 줄어든 양상을 보인다.


여름을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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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 발생 수는 계절에 따라 변동이 크다. 전국의 전체 사고 1366건을 월별로 나눠 살펴본 결과, 8월이 275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6월(201건), 7월(186건), 5월(147건) 등 순으로 많았다. 여름에 거의 절반(48%)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강수량이 많은 계절에 집중적으로 발생함을 알 수 있다. 토양이 물을 머금어 약해지고 쉽게 쓸려가 지하에 구멍이 형성되기 쉬워서다. 큰 비 때문에 주요 발생 원인 중 하나인 하수관의 손상도 보다 쉽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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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경향과 계절별 경향을 합치면 위와 같은 그래프가 나온다. 대단히 규칙적으로 땅꺼짐이 발생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2. 얼마나 크고 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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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이 발생한 면적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큰 사고는 폭이 1200m에 이르렀다. 수백 m 폭의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매우 일부였고, 대부분(96%)은 폭이 10m 이내, 다수(77%)는 2m 이내였다(폭 20m 이하 사고를 표시한 아래 그래프 참조). 2m는 서울시에서 특별관리대상을 결정한 기준 크기였다. 하지만 실제 땅꺼짐에 의한 피해는 폭과는 큰 관련이 없다. 인명 및 차량 피해가 난 땅꺼짐 사고 가운데 폭이 2m 이하인 사고의 비중은 78%로 전체 사고 중 폭 2m 이하 사고의 비율과 거의 같았다. 부상자 발생 사고 중 폭이 2m 이하인 사고 비율 역시 85%로 큰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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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이라고 하면 굉장히 깊은 침하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전국을 기준으로, 대부분(81%)은 침하 깊이가 0~2m 이내였다. 5m 이내가 97%다(위 그래프). 깊은 땅꺼짐은 깊이가 20~40m에 이르렀으나, 매우 드물었다. 물론, 깊지 않아도 땅꺼짐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얕은 땅꺼짐에도 치명적인 부상이나 사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18년 이후 발생한 땅꺼짐 사고로 사망자는 총 2명 발생했는데, 한 건의 땅꺼짐 깊이는 2.5m였지만, 다른 하나는 어른 무릎 높이 정도인 0.5m에 불과했다.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 46건의 평균 깊이도 어린이 키 높이와 비슷한 1.43m였다.


3. 인명-차량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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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후 전국적으로 1300건이 넘는 지반침하사고가 보고됐지만, 인명 또는 차량의 손상이 보고된 사고는 120건으로 10%가 채 안 된다. 사망 사고는 2건이 보고돼 있으며 부상은 수십 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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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전국 사고 가운데 차량 손상이 발생한 사고는 72건(5%), 부상이 발생한 사고는 32건(2%)이었다. 부상과 차량 손상이 동시에 보고된 경우도 14건(1%) 있었다. 피해가 발생한 120건 중 하수관 손상에 의한 땅꺼짐은 51건으로 43%, 부상자가 발생한 사고 중 하수관 손상 사고는 22건으로 비율은 48%였다. 전체 사고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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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가라앉았나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반침하사고 원인을 다양하게 진단한다. 크게 1)건설 활동(굴착, 매설, 되메우기, 상하수관 공사 등)에서의 불량과, 2)지하 시설물(상하수관, 기타 매설물)의 손상으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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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별 분포를 보면, 상하수도관 손상의 경우 도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부는 길게 선 형태를 이루고 있다. 선형인 관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짐(되메우기) 불량 등 공사 관련 땅꺼짐도 지역에 따라 뭉쳐 있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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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원인 가운데 지하시설물 손상이 58%로 과반이 넘는 가운데, 특히 하수관 손상이 46%(623건)으로 단일 원인으로는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특별관리대상으로 지정했던 폭 2m 이상의 땅꺼짐만 따로 봐도, 비율이 35%로 다소 줄긴 하지만 여전히 1위였다.


하수관 취약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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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은 6~8월 여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사고 원인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하수관 손상 역시 여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전체의 53%가 여름에 집중돼 있다. 하수도관의 손상이 여름의 전반적인 땅꺼짐 현상을 이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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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량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경기도와 광주, 부산, 강원, 충북, 서울 등에서 특히 많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도 시도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특히 과반의 원인인 하수관 손상의 비율 차가 있다. 광주와 충북, 전북, 대전 등은 하수관 손상에 따른 땅꺼짐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강원도나 전남, 인천, 충남 등은 하수관 손상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5. 노후 하수관 주목해야

아래 그래프는 25년 이상 노후 하수관 길이와 하수관 손상에 의한 지반침하사고 수를 각각 막대 그래프와 선 그래프로 비교한 것이다.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2023년 발행한 '건설동향브리핑' 제927호의 시도별 노후 하수관 비율 데이터를 활용했다. 두 요인이 상당히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임을 알 수 있다(하수관 길이는 그래프 축적을 위해 100분의 1로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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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하고 흔한 땅꺼짐 유형인 하수관 손상에 따른 땅꺼짐은 예측이 가능하다. 대단히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 요인이 있어서다. 바로 노후 하수관의 총 길이다.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지반침하사고 수를 해당 시도의 하수관 연령별 길이 및 비율과 함께 회귀분석해 보면, 20년 이상 또는 25년 이상의 노후 하수관 길이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다(p < 0.02). 20년 이하 하수관 길이나 하수관 총 연장, 전체 하수관 중 노후 하수관의 비율 등 다른 요인은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낮았다.

다만 예외도 일부 있다. 위 그래프에서 광주와 충북(그리고 대전도)은 노후 하수관의 길이에 비해 사고가 훨씬 많았다(빨간점). 원래 하수관 손상에 의한 침하와 노후 하수 관료 길이가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은, 하수관 길이가 늘수록 침하 사고도 늘어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회귀선을 그려면, 두 요인은 직선에 가까운 관계를 보인다(아래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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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하수관 길이와 땅꺼짐 사고 수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다면, 하수관 교체를 통해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의 50% 가까운 사고와 관련이 있으므로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다만 빨간 두 점은 이 선에서도 이탈해 있다. 이들은 일종의 아웃라이어(이상치)다. 혹시 이들 도시에서는 전체 하수관 중 비율이 유난히 높은지 확인했지만, 다른 대도시에 비해 특별히 높지는 않았다(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의 노후화가 훨씬 심하다. 맨 아래 그래프 참조). 노후 하수관 길이 외에 침하를 일으키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노후 하수관을 교체하는 것과 함께, 이 요인을 찾는 것이 침하 사고를 줄일 방법일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기술과 법, 제도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는 지하 공동(구멍) 탐사 장비 및 인력 보강, 땅꺼짐 안전을 위한 지도 제작 조기 완성 등을 내세웠다. 노후 상하수관을 순차적으로 교체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책이다.


6. 원인별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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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유형에 맞는 대책을 추가로 세울 필요도 있다. 위 그래프는 발생 땅꺼짐 사고 전체를 폭과 깊이별로 나눈 뒤 원인별로 살펴본 것이다. 뭉쳐 있는 값이 많아 폭과 깊이에 모두 로그값을 취했다. 원인 명을 누르면 해당하는 사고의 깊이와 폭 분포를 비교할 수 있다. 먼저, 하수관 손상이 원인인 사고(녹색)는 폭과 깊이 모두 1m 내외에 몰려 있다. 상수관 손상(연보라)은 깊이는 비슷하지만 폭이 컸다. 상수관은 하수관보다 흔하지 않은 사고 원인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규모가 크다(상수도는 하수도와 달리 내부 수압이 있다). 다짐 불량(빨강)은 폭은 더 크지만, 깊이는 얕다. 광범위한 땅꺼짐이 많지만, 깊지는 않고 조금 꺼지는 정도다. 굴착 공사(회색)는 깊이와 폭이 모두 크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두 가지다. 먼저, 비록 깊이나 폭이 작긴 하지만 상하수도, 특히 하수도는 땅꺼짐 사고와 가장 상관관계까 높은 요인이므로 주기적인 노후 하수도 교체를 통해 사고 위험 하수관을 줄여야 한다. 노후 하수관 길이만 줄여도 절반의 땅꺼짐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인명 및 차량 피해 역시 크기나 원인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땅꺼짐 규모가 작더라도 노후 하수관 관리를 무시해선 안 된다. 특히 광역시를 중심으로 여전히 노후 하수관 비율이 높은 곳이 많다(아래 그래프). 순처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절반의 땅꺼짐 이외의 요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광주와 충북 등 노후 하수관 길이에 비해 하수관 손상에 따른 땅꺼짐이 많았던 곳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 노후화의 영향을 키울 다른 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또, 공사 관련 땅꺼짐이 폭 또는 폭과 깊이 모두 큰 대형 땅꺼짐 위험이 크다. 상대적으로 수가 적어 큰 피해는 아직 없었지만, 공사장의 불량, 부실 마무리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주요 지역의 땅 속 상태를 점검할 필요도 있다. 인구가 밀집한 도시의 경우 지하 매설물도 많아 위험 부담이 크다. 지하 매설물 정보를 파악해 위험 지역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땅 속은 특성상 지상에서 자세한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다. 여러 매설물이 있고 포장까지 된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술을 이용해 내부를 탐사하는 데에도 아직은 한계가 있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사전 조사를 해두면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어 사고 피해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사실 이 모든 대책은 약 10년 전 땅꺼짐이 사회 문제로 언급될 때부터 비슷하게 되풀이돼왔다. 어쩌면 대책은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보고되는 사고 자체는 2020년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위험 요인을 계속 줄이는 방법으로 안전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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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에서 기자상을 수상한 과학전문기자입니다. 과학잡지·일간지의 과학담당과 편집장을 거쳤습니다.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인류의 기원(공저)' 등을 썼고 '스마트 브레비티' '화석맨' '왜 맛있을까' '사소한 것들의 과학' '빌트' 등을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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