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 : 아내 괴롭히는 남편의 수면장애, 이 영화의 '공백' 활용법

조영준
조영준 인증된 계정 ·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2023/09/10
Daum 영화 <잠> 스틸컷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은 곧 출산을 앞둔 사랑스러운 부부다. 이제 막 두각을 드러내며 TV 드라마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기 시작한 배우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도 아내 수진은 행복해한다. 만삭에 외벌이나 다름없는 생활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 같지만, 강아지 한 마리까지 함께 이제 네 식구가 되는 날만 기다리는 두 사람의 가정에는 자그마한 구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이 작고 소중한 가족에게 문제가 시작된 것은 어느 날 밤이다. 뒤척이다 잠이 깬 수진의 곁에 현수가 일어나 앉아 ‘누가 들어왔어’라는 말을 섬뜩한 말을 내뱉는다.

다음 날 아침, 아랫집에 새로 이사 왔다는 민정(김국희 분)은 어렵게 이야기하는 거라며 일주일 내내 새벽만 되면 쿵쾅거리고 비명 소리가 들려 힘들다는 말을 한다. 수진도 기억한다. 냉장고 앞에서 아무 음식이나 집어 먹던, 불러도 대답하지 않던 남편의 이상한 행동을. 잠에서 깬 그는 이제껏 자신이 알던 남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만 같아 보였다.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영화 <잠>은 램(REM) 수면장애로 인해 밤마다 정신이 나간 채로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현수와 그런 남편의 증세가 병인지 귀접인지 의심하기 시작하는 아내 수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들 관계 사이에 의심한다는 표현을 쓰긴 했으나 작품의 시선에서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함께 나아가아 가고자 한다. 극 중에서 몇 차례나 강조되는 가훈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가 핵심과도 같다. 그런 마음 위에서 만나게 되는 배우자의 두렵고 무서운 모습은 훨씬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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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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