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수능으로 리셋되었다!

연합뉴스
에디터 노트
지난 10일 교육부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수능 선택 과목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내신 평가를 기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새로운 대입제도의 밑그림이 발표된 직후, 일부 학원은 '핵폭탄급 대입 개편'이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고요. 유명 학원들이 여는 긴급 입시설명회에는 불안한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얼룩소는 1세대 '1타 강사'이자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을 지낸 이범 교육 평론가와 이번 '대입 개편 시안'의 핵심을 짚어보았습니다.


1. 교육부가 발표한 새로운 대입 제도의 밑그림,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번에 나온 개편안은 선택과목의 확대라고 하는 큰 흐름을 완전히 역행하는 방향으로 간 거죠. 그래서 교육의 다양성이라든지 개별성을 상당히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요. 6차 교육과정 이후, 특히 7차 교육과정인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선택 과목이 매우 많았습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수학 4과목, 사탐과 과탐에서 4과목, 제2외국어까지 선택 과목이 있었고 한때는 영어도 A·B형으로 나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과탐과 사탐 선택은 3과목으로 줄었죠. 박근혜 정부 때는 두 과목으로 줄어듭니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입시제도는 선택과목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수능 선택과목이 매우 적었던 5차 교육과정(1994학년도~1998학년도) 때 보다 더 선택과목이 적은 이상한 체제로 돌아간 거죠. 다른 나라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어요. 학생 개인의 성향이나 진로에 따라 공부할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서구 선진국의 표준적인 제도이고, 우리 수능도 그 방향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시대를 역행해 버린 거죠.


2. 교육부는 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없앴다고 이야기합니다.

선택 과목별 유불리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에요. 왜냐면 다른 나라는 상대평가 지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합리적인 과목 선택을 치명적으로 방해하는 제도이기 때문이에요. 현재 수능은 표준 점수와 석차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모두 상대평가 지표입니다. 선택 과목에서 상대평가 지표를 활용하면 물리나 경제 과목처럼 학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을 다른 학생들은 기피하게 됩니다. 그러니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나 특정 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가 방식을 바꾸면 되는 일인데, 선택 과목을 없애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수능과 내신에서 상대평가를 사용하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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