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은 자장면
어스름한 저녁, 자동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다가 배달 오토바이 두 대가 쓰러진 장면을 연달아 보았다. 한 대는 택시와 부딪쳐 쓰러져 있었고, 차에서 내린 택시운전사가 꼼짝 않는 배달원 옆에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백 미터도 가지 않아 이번에는 한 차선이 유난히 밀렸는데, 버스와 부딪친 배달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었다. 연말이라 배달물량이 많고 도로는 블랙아이스로 덮여 미끄러운데 빨리 가려다보니 벌어진 일일 것이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는다는 점은 똑같지만 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도 아니다. 플랫폼노동자의 죽음은 교통사고일 뿐이다. 라이더스 유니온을 지원하는 소설가 김훈은 자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피 묻은 짜장면’을 들었다. 길을 가는데 오토바이와 배달기사가 쓰러져 있고 핏자국 옆에 짜장면이 쏟아져 있었다는 인터뷰 내용이 오랫동안 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