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식사 : 도시락이 인간을 자유케하리라

박하
박하 인증된 계정 · 배낭여행자
2022/12/16

유현준 교수의 영상을 보다 “한국에 공짜는 없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고 만다. 도시에 카페가 가장 많다는 건 사람들이 앉아 쉴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관계를 분리하고 계급의 격차를 가속화하는 형태의 사회가 건강한가라는 그의 의문 앞에 난 자유로울 수 없다.
https://youtu.be/m1WUJETaI2U
편의점 도시락을 먹을 때 보통 그와 닮은 생각이 든다. 건설적 시도에서 교수가 갖는 그런 류의 고뇌는 어긋난 톱니를 기름칠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여행자로서는 ‘식사’란 분야가 마땅히 그렇다. 인간과 음식의 불가분적 성질을 떠올리면 아연하다. 현대 사회의 인간은 만족스럽게 식사를 영위하고 있을까.

잠시 부산에서 머무는 동안 여행 중 만났던 형과 매일 밤새 이런저런 토론을 했는데 그 중 하나는 외국에서 온 여행자가 한국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그러니까 저렴하게 끼니를 때울 음식이 무엇인가 물어오면 대답할 메뉴가 더는 없단 말이었다.

일전엔 늘 김밥이라고 답했으나 그마저 부끄럽기 짝이 없는 ‘고급화’가 앗아갔다. 노점의 역할은 여기서 빛을 잃었다. 문화, 독특함, 이색적 이라는 단어는 우습다.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이 존재한다. 비위생과 탈세가 문제라고 하면 난 문제를 바로잡을 줄로 알았다. 삭제라는 결말이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 때 각국 사회는 소형화의 탈을 쓰고라도 1층 피라미드의 구성원들을 부여잡고 있었다. 일본에서 팔던 반 잔 술이, 이집트에서 팔던 각자 지불할 금액에 맞춰 만드는 샌드위치가, 태국에서는 모든 요리를 기본값으로 잡되 토핑의 옵션화를 이루었고, 중국의 꽈배기와 콩물세트도 마찬가지. 또한 미국의 조각피자, 몽골의 왕만두 한 알이, 스페인의 타파스, 아르헨티나의 엔빠나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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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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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저 곳을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곳에도 주소지가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으려는 마음>, <워크 앤 프리> 두 권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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