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변리사 - 창작자를 돕는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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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
김형준 변리사

“BLSN 인스타 툰은 창작자들의 지식인이 됐다. 멀어진 법은 멋지지 않다.”

유튜브에 작품 리뷰를 올려도 될까? 유명한 영화 장면을 활용해 굿즈를 만들어도 될까? 모두가 창작자인 시대지만, 창작자를 위한 법은 아리송하고 때로는 멀다. BLSN 인스타 툰은 지금의 창작자와, 미래의 창작자를 위해 법을 설명한다. 그의 만화 속 법은 재미있고, 유용하다. 법을 하나의 제품이자, 변리사를 한 명의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김형준 변리사에게 창작자를 위한 창작을 물었다.
이력이 특이하다. 기계 공학과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변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어릴 때부터 창작자가 되고 싶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좋아해서 만화가가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대학생 때는 디자이너가 너무 멋있어보였다. 제품 디자인을 공부했는데, 슬프게도 문득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은 해외의 유명 디자이너인데 현실은 너무 멀었다. 직업으로 디자이너를 선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변리사를 택했다.

왜 재능이 없다고 느꼈나?

나 스스로 조형 감각이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웃음) 기계 공학은 법칙이 있다. 정해진 공식을 사용해서 결과를 만드는 학문인데 산업 디자인은 다르다. 이를테면 포스터를 하나 만든다고 했을 때, 잘하는 애들에게 도형이나 텍스트 배치의 이유를 물으면 그냥 “예뻐서”라고 답한다. 그런 부분들에서 재능의 차이를 느꼈다.

변리사는 창작자와 가까우면서도 멀어 보인다. 변리사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나?

발명가나 디자이너, 예술가 등 창작자는 옛날부터 있었다. 그들의 작업을 베끼는 사람도 옛날부터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법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작업물을 베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런 상황에서 창작자는 창작 의욕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렇다고 창작자를 법으로 너무 강하게 보호하면 다음 세대의 창작자가 나오기 어렵다. 예를 들어서, 휴대폰을 만들 때마다 최초로 휴대폰을 만든 모토로라에 돈을 줘야 한다면 후발주자인 애플은 휴대폰을 만들지 못 했을 것이다. 결국 법은 지금의 창작자와 다음 세대의 창작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그래서 관련 법이 굉장히 복잡하다. 창작 과정에서는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창작을 완료한 이후에는 남들이 결과물을 베끼지 못하게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복잡한 법과 창작자 사이를 이어주는 게 변리사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창작자였다가 변리사가 된 케이스다. BLSN 인스타 툰은 한편으로는 창작이고, 또 한편으로는 창작과 법을 중재하는 일이다. 인스타 툰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순전히 개인적 동기 때문에 시작했다. 변리사가 된 이후에도 나 자신이 재능이 없어서 변리사가 됐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변리사 일에 대한 애정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우연히 《연필깎기의 정석》이라는 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제목을 보고 소설인 줄 알았다. 연필을 깎는다는 게 책까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그냥 연필깎이에 넣고 돌리면 되는 거니까. (웃음)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연필은 무엇인지, 연필을 깎는다는 것은 어떤 행위인지, 연필을 깎기 전에 어떤 준비 운동을 해야 하는지, 특정 직군에 맞는 연필 깎는 방법까지, 연필을 깎는 것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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