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상대의 삶을 알고 싶을 때 그의 눈을 깊숙이 바라보려 한다. 그의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없기에 말보다 눈을 바라보며 느껴지는 감각으로 대화하려 한다. 언어가 달라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그들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의 눈 주변은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눈을 바라보는데 판다가 떠오른다.
그의 고된 노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일한다. 일요일도 가끔 일할 때가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일하기도 한다.
그의 삶은 오로지 일, 수면, 일, 수면의 반복이다.
반복되는 삶이 지겨워도 버텨야 한다. 돈을 벌어 본국 가족에게 보내야 한다.
타자는 베트남, 필리핀이 물가가 싸기 때문에 한국에서 번 돈으로 빌딩을 사서
호화롭게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외국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
성당 내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아오는 사람은 외국인 노동자이다. 그들이 한국 땅을 밟기 전 태어나 자란 곳은 필리핀, 베트남, 동티모르, 스리랑카 등이다.
나는 외국인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 퇴직금을 사업주와 합의하여 받아내는 일을 주로하고 있다. 당연 사업주와 대화를 많이 한다. 사업주의 넋두리를 듣는다. 사업주는 보통 외국인 노동자가 그만둔다는 말도 없이 도망쳐 얼마나 많은 손해를 보았는지 얘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평소 태도가 불량해서 욕 좀 한 걸로 신고를 하는게 어디있냐, 체류자격 없는 외국인 노동자한테 무슨 퇴직금이냐, 외국인 애들이 해야 하는 일이 3D 아니냐 등의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국에 있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대부분의 돈을 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300만 원을 벌면 월세 30만 원, 식비 20만 원, 교통비 5만 원을 제외한 245만 원을 가족들의 생활비로 보낸다.
어느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