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청년의 문화 전쟁
2021/10/20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껴있는 나라입니다. 안보, 세계관, 정치 체제 차원에서 우리는 미국에 매우 깊이 의존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면도 물론 그렇지요. 한국에 있어서 미국의 위상이라는 것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던 연설에서 외친 일갈로 정리됩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 그것은 거역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또한 한국에 엄청난 존재감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한국 GDP가 1.6조 달러라면 중국은 이제 15조 달러로 거의 10배에 가깝습니다. 인접국으로서 금융, 투자, 생산을 위한 가치사슬, 소비시장 면에서 한국의 번영은 중국과의 관계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니, 애초에 IMF를 탈출한 한국이 1인당 GDP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가는 핵심적 원동력부터가 중국 경제의 기하급수적 팽창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나아갈 길은 한국의 번영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이 두 나라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국과 중국이 수교를 하고, 중국이 미국 중심의 질서를 수용했을 때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시기로 치면 1979년 미중 수교부터 2012년 후진타오 시대까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시진핑 시대로 들어오면서 모든 게 바뀌게 되지요. 중국은 미국 중심의 질서를 거부하고 나섰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감수하던 손해를 더는 봐주지 않겠다고 칼을 빼들었습니다. 중국은 자국 중심의 경제권을 위해 일대일로를 들고 나왔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인도 태평양을 수호하겠다 합니다. 그렇게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두 ‘큰 형님’들의 밀월관계예서 잇속을 챙겨오던 한국 입장은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전략은 “일단 미래가 어찌 될지는 모르니, 그 전까지 최대한 양국에서 뽑아먹을 걸 뽑아먹자”로 가닥이 잡히게 됩니다. 소위 용미용중(用美用中)인 셈인데, 시진핑 시대를 함께 한 박근혜와 문재인 정권 모두 이 가닥 속에서 움직였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