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걸음으로

심성진
심성진 ·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무
2023/07/31
 빠른 것이 싫었다. 변하는 것의 속도를 좀처럼 따라가질 못했다. 그냥, 나의 시간은 천천히 지나가는 경운기 같았다. 

 요란한 소리와 묵직한 골격을 보이며 지나가는 경운기는 천천히 나아간다. 속력을 올려도 자동차를 따라잡을 수도 앞서 나가지도 못한다. 제 속도로 일을 마친 농부를 집으로 얌전히 태워 운전을 시킬 뿐이다.

 그 경운기 뒷자리는 온갖 물건을 작물을 거름을 사람들을 태운다. 자리가 좁아 일서서 가더라도 출발할 적에 잠깐 덜컹이고 두 손을 꼬옥 튼튼한 골격의 어딘가를 잡으며 목적지까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을 천천히 몸을 훑고 지나가게 해주었다. 가슴을 밀어내는 바람이 경운기보다 더 위협적이다.

 나도 경운기 같이 달렸다. 함께 출발한 일행의 자동차는 좀처럼 따라 오지 못하는 나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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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나무가 되고 싶은 새싹입니다 ^^ 많은 이야기들로 함께 하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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