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박지선 · 페미니스트. 캣맘. 탈가정 청년
2023/07/12
[글쓰는 선-인식하기, 감각하기, 관찰하기, 기록하기]
   
   
# F321, F420, F900, F510
   
F321, F420, F900, F510. 
이 네 가지는 ‘질병분류기호’로 나를 이루고 있는 일부분이다. 각각 중등도 우울에피소드, 강박성 사고 또는 되새김,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작년 병가를 내기 위해 내원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발급받은 진단서이다. 의사에게 말로 듣는 것과 서류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다른 느낌을 준다.
   
자신의 상황을 인식하고, 감각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정신병자에게 매우 중요한 자세이다. 종교인이 기도하고 명상하고 경전을 읽고 금식하는 것처럼. 
   
본인이 겪고 있는 증상, 증상으로 인해 발현되는 이슈에 대해 인식, 감각, 관찰, 기록해야 현 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은 지난하고 아프다. 그래서 때론 잠의 세계로 도망가고 싶기도 하다.
   
22년 12월 5일.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몇 달만에 다시 일을 하려고 하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잘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냥 회사를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이 나를 짓눌렀다. 
   
복귀한지 이제 6개월이 넘었다.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5월 중순, 내원하고 있는 병원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매주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 내원하지만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그 날은 평일이었다. 그 날은 연차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담당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그 사업을 시작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었다. 선생님께 “저 오늘은 연차를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예요. 제가 담당하는 사업 시작하는 날이거든요. 조율할 수도 없어요. 어떻게든 일을 진행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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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요. 글을 써요. 동네 고양이들 밥을 챙겨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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