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해달라는 화장품 가게 손님... 역대급 '진상 짓'의 결말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2/08
대학교 시절 가장 많이 찾았던 공간을 묻는다면 중앙도서관이었다. 책도 책이었지만 이 도서관 꼭대기층엔 특별한 공간이 있었는데, 세상 귀한 영화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비디오실이 있었던 것이다. 고학번 선배들의 취침실처럼 쓰였던 이 장소엔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오래되고 희귀한 자료들도 적잖이 들어 있어 소위 시네필이라 불리는 이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 덕에 유럽과 남미에서 발표된 최신 영화도 꾸준히 소장되어 주머니 얄팍한데 영화는 보고 싶은 학생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대학 입학 첫해 나는 이곳에서 아마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영화 한 편을 만났다.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빌>이었다. 처음 선보였을 때부터 그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파격을 거듭했다는 평가와 함께 영화팬들을 격동케 한 역작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전율이 돋는 엄청난 작품이었다.
 
<도그빌>엔 많은 특별함이 있지만, 그중 한 가지는 바로 형식이다. 연극 무대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은 독특한 연출은, 연극보다 한층 진화하여 자유롭다 여겨지는 영화가 연극적 요소를 품을 때 얻게 되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그대로 일깨웠다. 자연스러움을 포기하는 대신, 연극적 세트에서 과장된 연기를 담아냄으로써 극 이면에 자리한 의미가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소금물에 시금치를 데칠 때 그 푸르름이 살아나듯, 연극적 연출법이 메시지를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었다.
 
▲ 불멸의 여자 포스터 ⓒ 부천노동영화제

<도그빌> 연상케 하는 스테이지 시네마

<불멸의 여자>는 절로 <도그빌>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무대 위에 쇼핑몰 화장품 매장을 연상시키는 공간만 두고서 87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을 오롯이 버텨낸다. 어두운 무대 위에 빛을 받는 건 오로지 화장품 매장 카운터 뿐, 두 명의 직원과 두 명의 손님, 지점장까지가 등장하는 인물의 전부다.

영화는 경력이 있는 희경(이음 분)과 초년생 승아(이정경 분)가 출근하며 시작된다. 세상에서 가장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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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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